[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회가 2023년 '민생국회'를 표방하며 정치개혁·연금개혁에 시동을 걸었으나 상반된 전개를 보이고 있다. 연초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도로 추진된 '정치개혁'(선거제도 개편)은 속도가 붙는 모습인 반면,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은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정치관계법개선소위를 열고 국회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복수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선거제 개편안) 마련 작업을 본격화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개특위와 전원위원회(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법안심사)를 거쳐 내년 총선부터 도입될 선거제 개편 최종안을 법정시한(4월 초) 내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해진 소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국민의힘)도 새 지도부가 선출됐고,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내주 중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7일에 전원위원회에 제출할 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개특위에서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도시에서만 1개 지역구에 2명 이상 선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로 지역구 득표와 정당 득표 결과를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 배분)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최종안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여야 역시 선거제 개편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국회의원 전원(299인)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는 이달 말부터 내달 7일까지 2주간 5~7회 가량의 집중 토의로 최종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당초 (국회의원 간) 첨예한 이해관계로 난항이 예상됐지만 양당의 협조로 순조롭게 가고 있다. 김 의장의 의지는 물론, 정치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생각보다 높다고 본다"며 선거제 개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의석수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또 다른 정개특위 관계자는 "다양성과 전문성,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려면 정수(의석수) 확대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걸 정개특위 의원들은 공감하고 있다"며 "양당은 여론 때문에 다소 꺼리겠지만 김진표 의장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김 의장은 최근 정개특위에 비례대표 50명 확대를 위한 선거제 개편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9일 '대통령제와 맞지 않다'며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조금씩 전진하는 정치개혁과 달리 연금개혁 논의는 '좌초'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첫발을 뗀 국회 연금개혁특위(연금특위)는 지난 1월 초 4번째 전체회의를 끝으로 아직까지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의 연금개혁 방안 보고도 1월부터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자문위는 금주 중 연금개혁 방안을 정리한 보고서(경과보고서)를 낼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금요일인 10일까지 제출되지 않았다. 개혁 방향 역시 여야 합의에 따라 모수개혁(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의 구체적 조정)에서 구조개혁(국민·공무원·사학연금 등 전체적 구조 개편)으로 변경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계층 간 이해가 갈리는 연금개혁 추진을 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사이에) 지금 연금 문제를 손댔다간 총선 때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거란 인식이 보편적"이라며 "특히 양당은(민주당·국민의힘) 총선 전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은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진짜 과제"라며 "다들 막상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더 내야 한다'고 하면 꺼려지는 게 연금 문제다. 국회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솔직한 설득과 소통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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