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의 지난해 일본 방문에 화답하고자 최근 삼성전자를 극비리에 방문했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삼성전자와 모빌리티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선 소니가 본격적으로 협력 논의에 나선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요시다 회장은 이날 경기도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해 경 사장을 만난다. 양사 경영진은 총 5명 안팎으로, 반도체 패키지 공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천안, 온양캠퍼스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경 사장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던 중 소니 본사를 찾았던 것에 대한 화답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경 사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설명하고 협력 관계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 사장은 일본 출장 기간 중 본인의 SNS 계정에 소니 본사를 방문해 찍은 차량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초 소니 워크맨은 청춘들의 드림이었다"며 "그랬던 소니에서 자율주행차를 혼다와 함께 만들고 있다. 변화다"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소니에 메모리 반도체를,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에 TV용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소니가 자율주행 차량에 공 들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한 기회를 잡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초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전기차 컨셉트카 '비전-S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소니가 혼다와 협업해 '소니 혼다 모빌리티 주식회사(SHM)'를 세우고 전기차를 비롯해 드론·택시 앱 등 모빌리티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와 관련해 양사가 어느 정도 협력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요시다 회장은 SHM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전기차 사업을 키우기 위해 도토키 히로키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오는 4월 1일자로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격하는 인사를 최근 단행하기도 했다.
더불어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소니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혼다와 합착한 첫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공개하며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전기차에서 영화, 비디오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는 2025년 상반기부터 아필라 예약 판매를 받고, 2026년 봄 북미 시장에 이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율 주행 능력 강화를 위해 소니는 아필라 외관 곳곳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 45개 센서를 내장해 물체 감지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으로,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도 소니와의 협력에 나설 경우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 목표 달성에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최신 4나노 공정도 오토모티브로 확대하는 등 파운드리 기술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만·삼성전기·삼성SDI 등도 전장 분야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조직을 만들어 반도체 기판,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에서 전장용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전장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집중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지난해 11월)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2월 7일),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2월 17일) 등을 찾아 전장용 기판·디스플레이, 전장에 적용되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 등을 직접 살폈다. 지난해엔 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나선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매출 시장은 올해 760억2천700만 달러(약 100조2천억원)에서 2028년 1천298억3천500만 달러(약 171조1천2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게임 등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소니는 삼성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이번 회동에서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니가 해외 공장의 '재고 확보' 측면에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삼성전자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가 풀릴 것이란 관측 속에 두 기업의 협업을 기점으로 한일 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협력도 가속화 될 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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