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숏리스트를 4명으로 압축하자 국민의힘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CEO 인선 작업이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여권의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공개 경쟁을 통해 선정된 후보군마저 자격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박성중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내부 이익카르텔' '사장 돌려막기'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KT를 공격했다. 사실상 숏리스트 자체를 반대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의 일환으로 기업 경영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CEO 인선에 대해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전현직 KT 인사들만이 숏리스트에 오른 것은 '내부 카르텔'이고, 일부 후보자는 출마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일부는 비리에 연루되어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가 취약하다.
첫째, KT이사회가 공정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꾸려 심사했다는 점에서 '내부 카르텔'이라는 주장은 네거티브 공세에 가깝다. 인선자문단은 1차 후보 선정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DX)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리더십과 실질적인 경영 성과 창출 여부 등을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라 KT 전 현직 4명이 숏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내부 카르텔'이라고 공격한다면, 능력이 없어도 '정치권 낙하산'을 끼워 넣었어야 정당한 결정이란 말인가.
둘째, 일부 후보의 출마 자격에 대한 시비도 KT 내부 규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KT 내규에 따르면 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회사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자는 사내 후보자군으로 자동 등록된다.
이번에 숏리스트에 오른 KT 내부 인사들은 이 규정에 따라 33명 후보에 이름이 올랐고, 인선자문단의 만장일치 평가로 1차 후보군에 포함된 것이다.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격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셋째, 일부 후보가 비리에 엮어 있다는 지적도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구현모 대표의 업무상 배임 의혹을 제기하면서 후보 한 명이 그 공로로 후보군에 올랐다고 했는데 비슷한 내용의 지라시가 얼마 전 돌기는 했다. 이에 대해 KT는 "구 대표의 배임 의혹 자체가 사실 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의 행보가 우려되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CEO가 '정치적 외풍'에 교체되곤 했던 흑역사 때문이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된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KT는 오는 7일 최종 CEO 후보 1인을 결정하고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주주투표를 거쳐 차기 CEO를 확정한다. KT CEO 인선에 대해 딴지를 걸어온 국민연금(10.12%)은 최대 주주이지만 소액주주(57%)와 외국인주주(43%)가 더 많다. KT가 호실적으로 기업가치를 10조원까지 끌어올리며 주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만큼 주총 표 대결 결과는 KT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외풍이라는 리스크다. 과연 KT이사회와 후보가 정치적 외풍을 견뎌내고 KT그룹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KT는 진정한 민영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지 모른다.
/박소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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