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의 첫 법적 공방이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이수만 측은 SM엔터가 카카오를 상대로 발행한 신주·전환사채는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과거 잘못만 짚으며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SM 측은 "특정인을 몰아내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1인 프로듀싱으로 인한 문제를 끊어내고 자본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우위를 되찾기 위해선 카카오와의 업무적 협약이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21부(김유성 부장판사)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앞서 카카오는 제3자 배정방식으로 1천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천52억원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SM엔터 주식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이 전 총괄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 전 총괄 측은 "상법 418조는 신주발행의 경우 기존 주주에 우선 신주 배정이 원칙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제출한 답변을 봤지만, 실망스럽게도 수단의 정당성도 아무런 합리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경영 문제만 지적하면서 마치 이 사건이 선과 악의 대립인 것처럼 잘못된 프레임만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진실과도 멀다. 이러한 변론을 하면서 채권자(이 전 총괄)는 나쁜 사람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쟁점을 흐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M 측은 카카오에 신주·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경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총괄 측은 "표현이 웃기다"며 "채권자의 지위를 인위적으로 박탈하기 위해서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전 총괄 측인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임시 주주총회를 급하게 열고 안건을 의결한 것에 "졸속으로 점철된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3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군사정책처럼 전격 발표했다. 그 마무리가 신주발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자에 대해서 권리가 없던 카카오가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카카오가 이런 식으로 할 것이었으면 기존 주식 시장에서 매수하면 되는 것인데, 신주·전환사채 발행은 상법으론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총괄 측은 "현 경영진이 기존 주주를 배제한 채 다른 제3자와 결탁해 경영구조를 변경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 SM 측은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이 어떻게 시작됐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으면서 "채무자는 두 가지 경영상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고 했다.
SM 측에 따르면 SM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가 최근 3위까지 추락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아티스트의 음반·음원 수익, 콘서트, 광고 수익 등으로만 매출을 냈다면 이제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지적재산권(IP) 수익화를 내는 게 중요하다.
경쟁업체인 YG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하이브는 두나무와 플랫폼 제휴를 맺었다. SM엔터는 과거에 네이버와의 협업을 시도하다 계약이 엎어졌다. 이에 SM엔터는 '산업 내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에 카카오가 더욱 더 절실했다.
또한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프로듀싱 비용이 과도하게 흘러가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영업이익의 3분의 2가 넘는 금액이 프로듀싱 계약을 근거로 라이크기획에 흘러가고 있었다. 이에 SM엔터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1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이 부과됐다.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선 자금이 부족했고 경쟁사가 일 년 동안 1, 2팀의 신인을 데뷔시킬 때 2, 3년 동안 한 그룹 밖에 데뷔시키지 못한 이유라고 SM측은 설명했다.
SM엔터 측은 "채권자도 부당하게 영업 이익을 수취하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에 동참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 되자 입장을 바꾸고 어떻게든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려 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현 경영진은 경영 개선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신주발행을 하자 채권자가 본 건을 신청해 제기했다. 채무자의 경쟁사인 하이브에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 오늘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현 상황이 과연 채권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성이 고려돼야 하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맞냐"고 반문했다.
이어 "채권자 측에서도 '유보적인 상황'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현 상황은 채권자 측에서 만들어 놨다"며 "연출된 상황은 판단의 기준에서 엄격하게 구별되고 배제돼야 하는 것이고 현혹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카카오가 결탁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카카오는 올 3월 6일에야 주주가 되기 때문에 앞두고 있는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도 없다"며 "현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는 한 팀으로 볼 수 없다. 공감대가 있다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지 현 경영진을 위해 백기사로 움직일 여지는 전혀 없다"고 짚었다.
특히 SM엔터 측은 "특정인을 몰아내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비정상적인 1인 프로듀싱 문제를 그만두려는 것을 특정인을 몰아두려고 하는 것처럼 보면 안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는 경영상 필요목적을 사익추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부당한 프레임을 씌웠다"며 "채권자는 무엇을 저지하려고 하냐. 이 가처분으로 의지하려는 것은 통행세나 다름 없는 사익 추구"라고 꼬집었다.
이날 김 부장판사는 SM측에 이성수 공동대표의 폭로로 불거진 홍콩 개인회사 CTP 문제를 짚어 질문했다. 그는 "채권자에 대해서 부당한 이익들이 지속됐다고 말씀하셨는데, CTP나 라이크기획 등 그 사안에 대해선 개선이 됐냐"고 물었다.
이에 SM측은 "아직 정리가 다 됐다고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해외 프로듀싱에 대해 계속 이익을 수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어 "신주발행은 플랫폼 기업 자본 제휴도 있지만 멀티 프로듀싱으로 체계를 바꾸면서 회사의 이익이 한 회사에 전부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SM 측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은 없었나"라고 물었고 SM 측은 "자체적으로 있기는 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 카카오가 훨씬 더 글로벌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또한 카카오는 해외 팬들도 유입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자체 플랫폼과는 비교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전 총괄 측과 SM측은 오는 28일까지 추가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가처분 기일은 28일까지 제출된 서류를 검토한 뒤 납기 기일인 3월 6일 전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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