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정부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인 '반도체 법'의 보조금 지원을 감독하기 위한 조직에 전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이 합류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 출신 인사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과 중국 내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 제조·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527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전담할 조직인 '칩스 포 아메리카' 팀 신설을 발표하며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댄 김 전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선임했다.
상무부는 "댄 김은 미국 정부와 산업계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며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경쟁력과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댄 김 전 부사장은 지난 2013~2015년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이후 2020년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근무하다 2020~2021년 초 퀄컴에서 반도체 경제·경영 전략 등을 연구했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경제분석과 대외협력 업무 등을 담당했다. 김 전 부사장은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분석을 담당하며 국제경제·지정학적 관점에서 SK하이닉스가 나아갈 전략에 대해 회사 주요 경영진에게 분석 보고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對)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댄 김 전 부사장이 한국의 주요 기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미국의 반도체 관련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언급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선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반도체 지원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대미 로비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 정치감시단체인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이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에 집행한 로비 금액은 579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72만 달러 대비 55.6% 증가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로비 금액으로 527만 달러를 집행하며 전년 368만 달러 대비 43.2%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댄 전 김 부사장 선임은 국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댄 김 전 부사장처럼) 국내 기업에 대해 잘 아는 인사가 법안 감독 조직에 합류하는 건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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