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지난달 6일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고객사 미팅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올해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장 사장은 "목이 쉴 정도로 많은 미팅을 진행했다"며 "전장 분야 고객사와 파트너를 주로 만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 사장의 노력 덕분에 삼성전기가 최근 차량용 MLCC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면서 MLCC 강자로서 입지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차량용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3%로 약 9%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 예상됐다. 지난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한 지 5년 만에 얻은 가시적인 성과로, 글로벌 톱5 회사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반면 일본 무라타와 TDK, 타이요 유덴 등 기존 시장 강자들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3~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무라타는 44%에서 41%, TDK는 20%에서 16%, 타이요 유덴은 18%에서 13%다.
삼성전기의 차량용 MLCC 생산 능력 점유율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관련 사업에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특히 범용 제품이 아닌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파워트레인용 고온·고압품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대만의 차량용 MLCC 업체 야게오가 범용 MLCC 제품을 앞세워 저가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4월에는 신뢰성이 높은 전장용 MLCC 13종을 새롭게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삼성전기의 차량용 MLCC 매출 비중은 2021년 말 9%에서 2022년 1분기 12%, 2분기 15%로 확대됐고 작년 말에는 18%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말에는 25%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맞춰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MLCC와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전장 부문만 별도로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각 사업부 내에 흩어져 있던 자동차 부품 기술·마케팅·제조팀을 하나의 조직으로 모아 유기적 협력을 모색한 것이다.
장 사장은 "지금은 모바일 부품사지만 미래엔 자동차 부품사가 돼야 한다"며 "전담 조직을 신설해 전장 제품 기술을 고도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전장 분야 육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금리·물가 상승 등으로 IT·모바일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와중에도 자동차 부품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MLCC는 내연 기관 자동차에 약 5천 개 제품이 탑재되지만, 전기차에는 2배 이상인 1만 개 이상이 들어간다.
관련 시장 전망도 밝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올해 43억 달러(약 5조4천800억원)에서 2027년 89억 달러(약 11조2천14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용 MLCC 시장 규모는 올해 29억 달러에서 2026년 40억 달러로, 3년 새 37.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테슬라가 차량 가격 인하를 시작하면서 올해 차량용 MLCC에 대한 주문량이 늘어날 듯 하다"며 "후발주자인 삼성전기와 선두권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 성장세에 맞춰 일본 무라타는 자동차 MLCC의 월 생산 능력을 매년 10%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무라타의 차량용 MLCC 생산 능력은 올해 2분기 기준 월 25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TDK는 일본 이와테 기타카미에 있는 기존 공장을 확장해 월 50억~80억 개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기는 올해 중국 천진 등 생산 거점에 투자해 차량용 제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 관계자는 "차량용 MLCC 수요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품과 공정 수준을 고도화해 신규 거래선 발굴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은 연구원은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삼성전기의 관련 MLCC 출하량도 올 1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전장용 MLCC 매출이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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