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유전체 분석기업 디엔에이링크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영진의 과거 무리한 투자 결정과 관련된 비판이 일고 있다.
디엔에이링크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사업시너지가 전혀 없는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으며, 과거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본래 목적과 다르게 기업인수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 디엔에이링크 임시 주총서 표대결 예고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오는 3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 주총의 주요 안건은 디엔에이링크 창업주인 이종은 대표 외 경영진 3인을 해임하고, 소액주주연대 측 추천인사를 포함한 신규 이사 선임 건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선 최대주주인 이종은 대표이사 측(엔터미디어 포함)과 소액주주연대가 이사·사외이사·감사 신임을 두고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지분 구성을 보면 소액주주연대가 유리한 상황이다. 소액주주 중 법인과 개인을 포함한 63인이 주주연대를 구성했고, 현재 확보한 지분은 22.12%로 알려졌다. 천무진 에스엔플러스 대표가 소액주주연대를 이끌고 있다.
반면 이종은 대표 측은 엔터미디어 합류에도 불구하고 우호지분이 8.7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주력사업과 무관한 기업 인수?
이번 주총에선 현재 경영진이 최근 진행한 투자와 관련된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2개의 기업 지분을 인수했는데, 회사의 주력 사업인 유전체 분석 등과는 너무 동떨어진 기업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4월 휴대용 노래반주기 판매 사업을 하는 엔터미디어의 전환사채 60억원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엔터미디어를 인수했다. 회사 측은 사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옥 매도를 희망하던 엔터미디어 측이 디엔에이링크와 협상을 진행하던 중, 기업인수를 통해 사옥을 취득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택한 셈이다.
디엔에이링크 관계자는 “당사는 유전체 분석 회사의 사업 특성상 고가 시설장치와 기계장치를 설비 보유하고 있다”며 “해당 설비와 기계장치는 한번 이전 시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엔터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진하는 DNA GPS(개인 유전자 분석정보 서비스) 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엔터미디어의 경우 매출 대부분을 해외 수출로 기록할 정도로 28년여간 쌓은 다양한 국가의 해외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스팔트와 유황을 주로 수출하는 해상화물운송업체 국민비투멘 인수 역시 회사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라고 전했다.
◆ 소액주주 측 "부실기업 인수로 부채비율, 재무건전성 악화"
이 같은 회사 측 설명에 대해 소액주주연대는 전면 반박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엔터미디어와 국민비투멘은 디엔에이링크의 본 사업과 무관한 기업”이라며 “양사의 부실로 디엔에이링크의 부채비율과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엔터미디어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47억원,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천464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이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란 지적이다. 2021년말 직원 수는 30명이었으나 작년 상반기는 10명으로 줄었다.
국민비투멘 역시 2020년과 2021년 매출액과 영업손익은 각각 529억원·40억원 이익, 310억원·28억원 손실이다. 매출액이 하락하면서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했다. 국민비투멘은 과거 SK에너지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했으며 중국에 지점을 운영하고, 동남아·호주 등지로 수출을 통해 회사를 키워왔다. 전방기업과의 거래 부진이 최근 적자를 키운 셈이다.
하지만 디엔에이링크 측은 이들 기업이 최근엔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작년과 올해 턴어라운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비투멘의 이익이 15억원 가량되며 올해 50억원 이익을 목표로 경영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회계상 지분법 평가이익이 올해 15억원 가량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분석 사업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아직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신규사업 진출, 해외 시장 진출 등 경영실적 개선을 위해 엔터미디어와 국민비투멘에 관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상증자 대금, 목적과 다르게 사용
문제는 또 있다. 이들 기업의 인수 자금이 결국 디엔에이링크 주주들의 유상증자 납입 대금이란 사실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코로나 진단키트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1주당 1만1천600원의 발행가액으로 총 29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종은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납입 받은 주주들의 돈을 당초 유증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신규 사업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누적결손금은 더욱 늘어났다.
디엔에이링크는 작년 3월 엔터미디어와의 합병을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실패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다시 전환사채 인수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결국 엔터미디어와 합병을 성사시켰다.
엔터미디어의 과거 행적도 투자자들에겐 불안 요소다. 엔터미디어는 휴대용 노래반주기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 1994년 설립된 이후 2003년 코스닥에 상장한 바 있다. 엔터미디어는 2008년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 손실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다 1·2대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졌다.
당시 이경호 엔터미디어 대표는 2대 주주였던 이종민씨 등에게 지분 전량을 매도하고 회사를 떠났다. 엔터미디어는 이후 기업사냥꾼 측에 매각됐고, 60억원 가량의 횡령과 함께 2013년 3월 상장폐지됐다.
/고종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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