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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AI] ① 엔씨소프트 "12년 AI 기술력 집대성 '디지털 휴먼' 목표"


AI 전문 인력 200여명 확보...그래픽스·딥러닝 석학 이제희 서울대 교수도 영입

'리니지 리마스터' 다대다 전투(PvP) 모습. 붉은색 바(편의상 표시)가 있는 캐릭터가 AI로, 이용자들을 발견하면 PvP를 진행한다. 이용자가 없을 경우 스스로 던전을 순회하며 비조종 캐릭터(NPC)를 사냥한다. [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 리마스터' 다대다 전투(PvP) 모습. 붉은색 바(편의상 표시)가 있는 캐릭터가 AI로, 이용자들을 발견하면 PvP를 진행한다. 이용자가 없을 경우 스스로 던전을 순회하며 비조종 캐릭터(NPC)를 사냥한다. [사진=엔씨소프트]

[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주목받고 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도입했다. K-게임 시장이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지속 성장을 구가하는 데는 AI 기술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AI와 게임'의 동거 시대에 주요 게임사의 AI 도입 현황을 살펴봤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 AI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다. 2011년 당시에는 생소한 'AI R&D' 조직을 만들어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NLP(자연어처리)센터와 AI센터를 축으로 전문 인력을 200여명을 확보하는 방대한 조직으로 확대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과거부터 AI를 게임에 접목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길 찾기나 자동화, 난이도 조절 등 낮은 단계의 적용이었다"며 "지금은 콘텐츠 창작과 게임 제작 과정 효율화라는 높은 단계의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계 최초로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한 AI 다중 전투 콘텐츠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도입한 것이다. 강화학습은 주어진 환경 속 행동에 따른 보상과 벌점을 부여해 스스로 방법을 탐색하도록 하는 기계학습 방법으로, 2016년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한 '알파고'에서도 핵심기술로 적용됐다.

가령 '리니지 리마스터'에서는 수십 명 단위의 AI 혈맹이 사냥터를 침공하며 사람과 같은 지능적인 전략을 보여준다. 이용자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1대1 존으로 유인하면 이를 간파해 다른 적을 찾아가거나, 강한 상대를 만나면 유리한 전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좁은 방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에서도 AI 캐릭터와 1대1 대전을 벌이는 '무한의탑'을 추가해 신규 이용자들의 전투 진입 장벽을 해소했다. 최근 엔씨는 이러한 플레이어 간 경쟁(PvP)뿐 아니라 조력을 통한 협력(PvE) 관계의 인공지능 에이전트 개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리니지W' 메시지 옆 번역 버튼을 클릭하거나 채팅 설정에서 자동 번역을 설정해 각국 언어를 변환한 메시지로 소통 가능하다.[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W' 메시지 옆 번역 버튼을 클릭하거나 채팅 설정에서 자동 번역을 설정해 각국 언어를 변환한 메시지로 소통 가능하다.[사진=엔씨소프트]

AI 번역 기술도 도입했다. 글로벌 원빌드 게임인 '리니지W'에서 이용자는 게임 채팅창을 통해 외국어를 자국의 언어로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채팅도 즉시 번역된다. 음성을 문자 채팅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도 적용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AI는 게임 개발을 돕는 어시스턴트 역할로 작업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며 "음성에 맞춰 캐릭터 표정을 컴퓨터가 자동 생성하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의 경우 1분짜리 결과물이 수작업으로는 하루종일 걸렸는데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작업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디지털 휴먼(액터)'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딥러닝, 물리 시뮬레이션, 음성합성, 챗봇 등 엔씨소프트의 AI 기술과 콘텐츠, 그래픽 등 전방위적인 역량을 결집시켜 게임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자체 대화 AI 엔진 구축도 진행 중이다. ▲대화기술 ▲거대 언어 모델 ▲자연어 이해 ▲언어 데이터 R&D 등이 연결된 기술이다. 실제 인간처럼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정서적인 반응까지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컴퓨터 그래픽스·애니메이션과 딥러닝 석학인 이제희 서울대 교수를 AI 조직을 총괄하는 최고연구책임자(CRO)으로 선임하고 디지털 휴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액터실'도 신설해 '로지', '여리지' 등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 전문가인 정병건 실장을 영입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2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엔씨가 자체 개발 중인 AI 모델은 지난해 중형 버전으로 실험을 마쳤고 향후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며 "AI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글로벌 게임 경쟁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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