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지하철 무임승차 국고지원' 논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오 시장과 더불어 여야가 함께 정부의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국회의 갈등 속에 지하철 만성 적자를 둘러싼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식 석상과 SNS 등에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국고지원을 잇달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하철 무임승차를 실시하고 있으나 노인 인구 급증 등으로 무임승차 적자 손실이 불어나면서 서울지하철(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속적으로 국고지원을 요구해왔다. 최근 서울시가 올 4월 3~400원대의 지하철 요금 인상을 앞두게 되면서 오 시장은 시민의 부담 완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류성걸·신동근 여야 기재위 간사를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은) 여야 간 의견이 다르지 않은 사안"이라며 "정부가 부담을 느끼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야도 정부에 지하철 국고지원을 본격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헌승 국민의힘·조오섭 더불어민주당·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9일 전국 6개 도시철도노조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서비스의무(PSO)로 인한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무임손실액이 연평균 5천40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주호영·박홍근 여야 원내대표 역시 최근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는 현재 '지역 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에서 국고지원 반대를 고집하고 있다. 지하철을 보유한 특정 지자체만 지원하면 다른 지자체는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당초 여야는 지난해 예산 협상에서 도시철도 적자 지원을 위한 'PSO예산'을 추진했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국 최고 재정 건전성을 가진 서울시에서 자체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남이나 경북 등의 노인 관련 재정 소요는 어디서 충당하느냐"며 지하철 무임승차 적자를 서울시의 자구(自救) 노력과 경영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9일 이를 두고 "부산지하철은 무임승차 적자가 전체의 40%다. 서울 지원 금액이 크다면 지방이라도 먼저 지원하라"며 추 부총리의 논리를 반박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무임승차, 지역화폐 발행 등은 지역 스스로 해야 한다. 왜 (지방재정이) 부족하면 전부 중앙정부에 돈 달라고 하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총리와 기재부는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 논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오 시장과 달리 국고지원보다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65세→70세)과 지자체의 자체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오 시장을 겨냥해 "무상급식에는 국비지원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서 노인복지 문제는 왜 국비지원에 매달리느냐"며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기는 게 옳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올 6월 말부터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대신, 무임승차를 지하철뿐 아니라 시내버스 이용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무임승차 지원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확대되면서 지하철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기성 노조와의 차별'을 선언하며 등장한 신생 노조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도 기존 노사와 함께 무임승차 국고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10일 통화에서 "파생비용을 제외하고도 서울지하철의 1인당 수송원가는 2천원대에 달하지만 지하철 기본요금은 지금도 1250원"이라며 "전반적인 요금 현실화도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무임승차) 국고지원이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 국고지원 요구는 서울지하철 구성원 모두가 상당히 오랫동안 주장했던 이슈"라며 "노령 인구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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