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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 쪽 난' 정치, 언제까지 봐야 하나


보수·진보 집회로 단절된 거리…약해지는 공동체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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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올해 5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의무경찰(의경) 출신이다.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복무하는 동안 노동조합, 환경단체, 보수·진보 시민단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위대를 상대해 왔다.

의경이 되고 가장 먼저 받는 훈련 중 하나가 '차단(가르기)'이다. 의경 부대가 시위대를 끊어 둘로 나누고 힘을 약화시키는 전술이다. 뭉쳐있는 인파를 가르기 위해서는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데, 실전에서는 부대원 모두가 긴장을 유지하고 부상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집회 관리(?) 기술의 발전으로 경찰이 직접 뛰어들 일은 전보다 많지 않다. 2008년 광우병 집회 시절 유명했던 '명박산성(경찰버스로 벽을 세우는 것)'도 지금은 구식이 다 됐다. 요즘은 6~7m의 가벽을 설치하는 이른바 '차벽차량'과 2미터 정도 높이의 대형 바리케이트를 이용해 시위대와 집회구역을 격리·차단하는 것이 트렌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단점은 있다. 사람보다 높고 감정이 없는 '철의 장벽' 탓에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완전한 단절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남대문(숭례문) 인근의 풍경이 그랬다.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보수 지지자들이 거대한 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주장을 내질렀다. 현장에서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바라볼 수 없었다. 상대를 직접 대면(對面)하지 못하니 난무하는 건 서로를 향한 욕설과 시비, 도발뿐이었다.

지난달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을 시작으로 진보·보수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행차 때마다 거리를 '두 동강' 내고 있다. 산성대로, 반포대로, 세종대로를 연달아 점령하며 시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민의 불만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부추기는 정치적 분열 때문에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덩달아 커진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당대표 취임 후 세 번째로 검찰에 출석한다. 본인은 '제발 혼자 가게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양측 지지자들은 또다시 서초동에 진을 치고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두 쪽 난 거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이들과 장벽이 거리를 가르는 만큼 공동체의 동력도 약해질 것이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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