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SM 측은 주식 일부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 레이블 체계인 'SM 3.0' 체제를 발표하며 투자자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곧바로 최대주주인 이수만 SM 총괄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SM 이사회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SM, 카카오와 맞손 "IP 역량 강화"
카카오는 이번 투자를 통해 SM의 2대 주주가 된다. 또한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해 급변하는 음악·콘텐츠 환경 속에서 다각적 사업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SM 지분 매각은 앞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발표한 'SM 3.0' 체제와도 결을 같이 한다. 앞서 이들은 'SM 3.0' 4대 핵심 전략으로 지적재산권(IP), 사업, 해외, 투자을 꼽았다. 스토리, 뮤직,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기획·제작 역량, 플랫폼, 아티스트 등 독보적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음으로서 'SM 3.0'의 주된 전략인 IP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에스엠 계열주, 카카오 모두 소폭 상승하며 이날 장을 마감했다. 에스엠 계열인 SM라이프스타일은 전일 대비 160원(6.06%) 오른 2천800원에 장을 마쳤고 SM C&C는 전 거래일 대비 355원(10.94%) 상승, 종가 3천6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도 전일 대비 2천800원(4.29%) 오른 6만8천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에스엠은 하루종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전일 대비 2천100원(2.27%) 하락한 9만100원으로 마감했다.
◆"제3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명백한 위법" 발끈한 이수만
전날 장 마감 후 이수만 총괄대표는 이 같은 SM 경영진의 결정이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 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위법한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SM 이사회의 불법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SM측은 "이수만 최대주주 측의 가처분 관련 사항은 저희도 기사를 통해 확인해 그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추후 가처분 신청서를 수령하거나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게 되면, 그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다만 'SM 3.0', 멀티프로듀싱 체계에 대해 외부에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합리적 소통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 측과의 본 건 계약 체결은 다각적 사업협력·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별 주주의 구체적·개별적 이해관계를 우선해 고려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주가 상승? 에스엠, 신고가 경신
통상 기업 지분율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 주가는 상승한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 이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8일 증시 개장과 동시에 SM 주식 매수에 뛰어들었다.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8분 기준 에스엠은 전일 대비 8원(8.88%) 9만8천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9만1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에스엠은 이날 9만5천원으로 개장했다. 장 초반 전일 대비 9천700원(10.77%) 오른 9만9천8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체결강도는 137%로 강세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 보는 향후 에스엠의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만 측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는 만큼 양 진영의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된다"며 "표 대결 결과 현 경영진의 승리를 전망한다"고 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지분 경쟁으로 인한 주가 급등이 나올 수 있으며, 인용되지 않을 경우 카카오 혹은 제3자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시장이 예상했던 최대주주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인수 방식이 아니"라며 "현재 에스엠 최대주주 이수만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잃은 상태인 만큼, 향후 카카오가 이수만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에스엠 지분을 모아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인수로 에스엠과 카카오의 전방위적 파트너십이 체결될 경우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 관련 밸류 체인(가치 사슬), 메타버스 역량 전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수만 대주주의 가처분 신청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으나 방어가 쉽지 않다"며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 왔던 것이 이수만 대주주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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