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내 의료팀이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면역세포를 동물(쥐)에 주입, 환자의 면역상태를 반영하는 전신경화증 ‘아바타 모델’을 구축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공동 교신저자)·박영재(공동 제1저자) 교수팀은 이 같은 모델을 구축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계획을 내놓았다. 의과대학 류마티스 연구센터 조미라 교수(공동 교신저자)·박민정 박사(공동 제1저자)도 연구에 참여했다.
정상인 혈액을 주입한 동물과 비교했을 때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을 주입한 동물은 전신경화증이 나타나고 심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신경화증은 손, 발, 피부, 전신의 여러 장기가 딱딱해 지는 섬유증이 발생한다. 내부 장기의 광범위한 섬유화가 특징이다. 폐 섬유화가 진행됐을 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 약물이 없는 상황이다.
박성환·조미라 교수팀은 면역력이 결핍된 동물에 전신경화증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을 주입한 결과, 동물의 피부와 폐 조직에서 주요 면역세포인 사람의 T 세포와 B 세포를 확인했다.
전신경화증 환자에게서 증가하는 지표인 자가항체(anti-ETAR, endothelin-1 type A receptor)가 정상인 동물보다 전신경화증 모델동물에서 증가했다. 환자의 면역 체계가 동물모델에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
면역력이 결핍된 동물에 전신경화증 환자 혈액 면역세포를 이식한 결과,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의 세포(면역림프구)가 동물 조직에 자리 잡고 생착한 것이다. 이후 동물 피부와 폐 조직이 딱딱해 지는 섬유화를 직접 확인해 자가면역증 환자의 섬유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모델로 입증됐다.
정상인 혈액 투여 동물과 환자 혈액 투여 동물은 전신경화증 지표인 피부와 폐에서의 섬유화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환자 혈액 이식 모델의 피부와 폐의 섬유화 지표(α-SMA, VEGF, CTGF, caspase-3, endothelin-1)가 정상인 대비 모두 증가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섬유화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인자로 알려진 TH17 세포와 IL-17 사이토카인이 환자 혈액을 주입한 동물의 피부와 폐 조직에서 정상인 혈액 동물보다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동물 모델에 섬유화를 유도하는 사이토카인 억제 약물이나 섬유화가 진행되는 정도를 조절하는 신호 조절 약물을 투여한 결과, 면역세포 섬유화 진행이 감소했다. 전신경화증의 약물 효과를 확인하는데 적절한 동물모델임을 확인한 것이다.
조미라 교수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마우스에 TH17 세포 조절 또는 섬유화 신호 분자를 조절하는 후보약물을 처리하거나 이들을 직접 억제하는 항체의약품을 처리했을 때 약물의 치료효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며 “인간 항체를 대상으로 전임상 동물모델에서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점도 해결한 환자 전임상 모델을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환 교수는 “일반적 동물 모델에서 약물 효과를 확인하는 것과 달리 이번 연구 결과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이 이식된 쥐에 환자의 면역체계가 반영됐고 치료 약물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면역체계 반영을 통해 약물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기에 매우 중요하고, 환자에 직접 약물 투여를 하기 전에 아바타 모델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약물 효과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실험 및 분자의학회지(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022년 9월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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