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2030 부산 세계 박람회(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룹 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원 활동을 펼치다가 이제는 직접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모습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저녁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2023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Korea Night)'행사를 개최했다.
코리아 나이트는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이 모인 다보스 포럼 기간에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며 한국 기업인과 글로벌 기업인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2018년 외교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 개최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5년간 열리지 못했다.
올해 코리아 나이트는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모인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고,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홍보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모으기 위해 대한상의와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 위원사가 공동으로 준비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추경호 부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5년 만에 개최된 행사에서 글로벌 리더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새해인사를 나누는 한편, 행사장 내 설치된 대형 LED 포스터, 석탑형태로 만든 영상조형물에서 상영되는 부산엑스포 홍보영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손경식 CJ 회장, 김영훈 대성 회장 등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이번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 인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은 특별참석자로 초청됐다.
해외 인사로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을 비롯해 척 로빈스 시스코(CISCO) 회장, 아서 G.설즈버거 뉴욕타임즈 회장, 딜런 테일러 보이저스페이스 회장, 아니쉬 샤 마힌드라 그룹 대표이사, 앤서니 탄 그랩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대한상의와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지원 사격 하기 위해서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엑스포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사업비의 12배가 넘는 61조원에 달한다. 고용 창출 효과도 50만 명에 이른다. 또 엑스포가 열리는 6개월 동안 5천50만 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은 엑스포 기간 내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불리며 '등록엑스포'와 '인정엑스포'로 나뉜다.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가 있었지만 모두 규모와 위상 면에서 한 단계 아래인 '인정엑스포'였다. 현재까지 월드컵과 올림픽, 등록엑스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부산에서 등록엑스포를 개최할 경우 세대 3대 이벤트를 모두 치른 일곱 번째 국가가 되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기업들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에 역량을 집중한다. 주요 그룹을 관통하는 기업가 정신인 '사업 보국(기업 활동으로 나라에 보답한다)'의 일환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올림픽 등도 당시 경쟁국에 비해 열세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힘입어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는 세 차례의 경쟁 프리젠테이션과 올해 1분기 현지 실사를 거쳐 오는 11월 및 12월 총회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4개국으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강력한 경쟁국으로 떠오른 상태다.
사우디는 사우디 왕족과 각료들이 지지국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중동의 개발도상국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일간 알 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르단, 세네갈, 중앙아프리카경제통화공동체(CEMAC),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에게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우리든 사우디아라비아든 엑스포 유치를 양보하거나 흥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유치전을 하고 있어 잘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들로 구성된 민간위원회도 조직됐다. 또 민간위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상의는 회원 기업별 특성에 맞춰 중점 담당 국가를 선정해 맞춤형 유치활동을 지원하는 차별화된 유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의 오일 머니에 대응하기 위해 윤 대통령도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오너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총력전에 나선 분위기"라며 "각 오너들이 이끌고 있는 기업들도 기업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홍보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올해 코리아 나이트가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가 전 세계로 전달되고 한국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는 티핑 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기업과 함께 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는 한편, 유치 과정에서 발굴된 세계 각국의 니즈가 한국 기업들이 신규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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