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LG전자의 전장 사업이 새로운 '실적 효자'로 떠올랐다. LG전자 주력 사업인 가전·TV에서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을 기록했지만, 전장에서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하며 이를 만회하는 모양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조8천597억원으로 5.2% 늘었다.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천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매출은 12.9% 늘어 83조4천6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 쇼크'다. LG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천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9%가량 줄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1년 전보다 6.14% 늘어 22조2천9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기준 매출 역시 시장 예상치인 83조9천93억원보다 낮지만, 2021년 세운 역대 최고 매출 기록(73조9천80억원)은 넘어섰다.
이날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VS) 부문은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을 한 후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가에선 지난 4분기 LG전자 VS 부문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00억원가량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전장 사업의 연간 기준 흑자 달성도 기대된다. 시장에선 VS 사업 본부가 지난해 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측했다. VS사업본부가 TV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 기록은 지난 2015년(50억원) 이후 7년 만이다.
이 같은 호조세는 LG전자가 텔레매틱스·오디오 및 비디오·내비게이션 등 주행 관련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강자로 거듭난 덕분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점유율 23%로 1위를 차지했다.
텔레매틱스는 이동통신망·위성 확인 시스템(GPS)·위치 기반 서비스(LBS)·지능형 교통체계(ITS) 등 다양한 시스템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뒷받침한다. 이 시장의 규모는 2025년 70억 달러(약 8조8천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에 LG전자 텔레매틱스가 들어갔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장 수주잔고 내 인포테인먼트 비중은 약 60%로 39조원쯤으로 추산된다.
LG전자가 지난 2013년 뛰어든 전장 사업은 그 동안 9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5%를 기록하며 26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4.1%를 달성하며 제대로 성장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장사업이 LG전자에서 이익 기여도를 높여갈 수 있는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 규모와 사업 구조에도 변화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시설투자액인 4조5천669억원 중 VS사업본부에는 6천88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총 투자액(4천563억원)과 비교하면 50% 넘게 늘어난 수치다. LG전자가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전장에 투자한 금액은 4조5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도 전망은 밝다. DS투자증권은 내년 LG전자 전장부문의 영업이익이 4천313억원으로 올해보다 16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 사업 실적은 회사의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곡선을 그린 것과 대비된다"며 "내년에도 자동차의 전동화가 확대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올해보다 원활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이 활발해져 전장 사업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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