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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우선" vs "정치공세"…이태원 청문회, '이상민 공방전'


野 '탄핵' 거론에 與 '반발'…李 고개 숙여 "유족에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6일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이 장관이 참사 예방, 사후 대처에 소홀했던 점을 들어 사퇴를 주장한 반면, 여당은 '책임 논쟁보다 진상규명을 우선해야 한다'며 엄호했다. 이상민 장관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으나 거취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란 위험이 예측되었고, 대비만 했었어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이 장관의 책임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고위직부터 참사라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공직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무적인 이유도 들었다.

이상민 장관은 천 의원의 주장에 "말씀에 상당히 공감하고, 책임도 느끼고 있다"면서도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갈음하겠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천 의원이 '그렇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라도 하라'고 요구하자 장관은 일어나 고개를 숙인 뒤 "이태원 사고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소통하면서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고 완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이 장관이 행안부의 유가족 명단 확보 여부를 두고 '위증을 했다'며 사퇴가 아닌 탄핵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주 국정조사 기관보고 과정에서 '행안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행안부에 유족 명단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혀 문제가 된 것.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서울시가 유족 명단이 포함된 사망자 명단을 행안부에 10월 31일부터 세 번에 걸쳐서 이메일로 보냈다. 오세훈 증인의 말은 사실"이라며 "이 장관은 위증한 것이다.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몰아붙였다. 이 장관은 이에 "제가 서울시에서 받은 건 사망자 명단에 일부 유가족 명단이 들어있던 불완전 본(本)이었다"며 "비서진이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확보가 어렵다'고 답해서 저는 서울시가 안 줘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함께한 오세훈 시장은 "저희가 준 희생자 현황 자료(사망자 명단)은 유가족의 성명과 연락처가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은 업데이트됐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을 향한 야당의 파상공세에 여당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여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오늘 청문회는 사안의 진상규명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자리고, 따라서 증인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며 "지나치게 사퇴를 강요하거나 탄핵을 언급하면 청문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의 공세를 보면 오늘 청문회가 진상규명이 아닌 이 장관의 탄핵증거를 수집하려는 의도 아닌가 한다"고 첨언하자 천준호·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조은희·조수진 국민의힘 위원은 이 장관의 '사망자 명단' 발언이 고의가 아닌 착오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정조사장 바깥에서 '이상민 사퇴론'을 지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경찰이)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참사에도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시장에게 면죄부를 내릴 거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경고를 한 귀로 흘리지 말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개각은 없다'며 측근이자 후배인 (이상민) 장관만 지키려 드니, 다들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한다"며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앞서 전날(5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오는 7일부터 열흘 연장하기로 합의했다(17일까지). 그러나 아직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가 참여하는 '3차 청문회' 개의 여부는 확정되지 못했다. 야당은 3차 청문회장에 유가족과 이상민 장관을 함께 세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3차 청문회를 두고 "여당이 하루라도 빨리 끝내려는 속내는 알겠지만, 유가족과 생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며 3차 청문회 실시를 요구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차 청문회와 이 장관의 거취를 두고 "수사와 청문회 결과가 나온 뒤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그때 묻겠다는 것이 임명권자(윤석열 대통령)의 뜻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우상호 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우상호 위원장에게 증인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세 차례의 출석을 거부한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경정)에 대한 고발을 의결했다.

송 전 실장은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 등에 늑장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우상호 특위 위원장은 "(국정조사) 1차 청문회 때 (특위가) 발부한 동행명령장조차도 거부했다"며 "불출석 등의 죄와 국회모욕의 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열흘 연장을 앞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이날 청문회 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 최종 조사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까지 끝낸 뒤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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