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수습 기자] 알뜰폰(MVNO) 시장이 확대되며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뿐 아니라 금융업계 움직임도 커지는 가운데 기존 중소 사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통3사가 '비통신' 분야 사업 확대를 위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금융업계 역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비금융' 사업으로 알뜰폰을 택하게 될 경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알뜰폰은 지난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 함께 출시됐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시장이 한동안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지난 2019년 5G망 본격 상용화와 고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해 성장세를 보였다고 바라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알뜰폰 가입자 규모는 지난 10월 기준 1천246명으로 지난 2019년 말 775만명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8년 798만명에서 2019년 755만명으로 소폭 감소한 이후 2020년에는 911만명, 지난해 1천36명을 넘어선 것.
알뜰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통신업계·금융업계의 진출도 잇따랐다. 금융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4월 금융위원회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시행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2019년 금융규제 특례(샌드박스) 1호로 선정돼 10월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을 출시, 금융사로는 최초로 알뜰폰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KB리브엠은 신규 런칭 당시 망 도매대가가 3만3천원이었던 요금제를 2만2천원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KB리브엠 측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KB리브엠의 가입자 수는 출시 2년 7개월 만에 30만 명을 기록하며 이통3사 자회사를 제외하고 업계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더해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를 완화해 금융권의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을 공식화할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것.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금융업계 타 기업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 가능성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7월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합병한 데 이어 내년 초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바라본다. 또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금융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분류돼 금산분리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아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면 KB국민은행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 요금할인 및 사은품을 앞세운 금권 마케팅 경쟁을 할 것"이라면서 "중소 유통업체는 거대 금융기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사 이상의 자본력을 갖춘 거대 금융기관들과의 마케팅 경쟁으로 투자 여력을 잃어 대한민국이 차세대 통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 관련업계 종사자는 "이미 토스를 시작으로 금융업계가 '비금융' 사업의 일환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자본 여유가 많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이통3사 계열사는 물론이고 중소 사업자들의 입지는 더욱 작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알뜰폰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사업인데, 중소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의 망 도매대가 협상을 거의 완료한 상태로 연내 알뜰폰 관련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소희 수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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