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은 KT 구현모 대표가 복수후보에 대한 심사를 이사회에 요청했다. 단독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뒷말을 없애겠다는 연임 의지를 드러낸 셈. 관련해 KT 안팎에서는 다수의 전직·외부 인사가 예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와 경선을 겨룰 것으로 예상되는 KT 출신으로는 김기열 전 KTF 부사장과 김연학 전 KT 부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임헌문 전 KT사장 등이 언급된다. 아직 물망에 오르진 않았지만 최두환 전 KT사장과 이문환 전 KT 기업사업부문장도 내부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치권 인사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노 전 장관은 3년 전 최종 9인 후보군에, 정 전 장관도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 바 있다. 이외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 전 사장 역시 KT 출신으로, 2007년 삼성전자로 옮기기 전까지 KT에서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앞서 구 대표는 KT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구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를 구성,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진행해왔다. 이후 심사위는 구 대표 연임과 관련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단독후보로의 연임 관문을 넘어선 것.
이변이 일어났다. 구 대표가 이사회에 단독후보가 아닌 복수후보에 대한 심사가능 여부 검토를 요청하면서다. 민영화 기업 의결권 행사지침 강화를 예고한 국민연금공단과 투자자 우려를 종식시키고, 뒷말 없는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업계 중론이다.
KT는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지분율도 10%(10.35%)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변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구조가 광범위하게 구축된 기업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검토할 때"라고 언급했다.
소유분산기업 황제 연임 등의 관행을 지적한 것. 구 대표가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해 단독후보군에 오르더라도 내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연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임 의사를 표명한 구 대표 입장에선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업계는 말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임의 건은 최종적으로 내년도 주주총회 의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10%대 지분을 확보한 국민연금 측의 동향이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며, "투명한 경선을 통해 (소유분산기업의 연임 관행 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결단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구 대표는 디지털 전환(DX)과 디지코(DIGOCO) 사업을 전개하며 실적 개선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취임 첫해인 2020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23조9천167억·1조1천841억원. 2022년 3분기 합산 실적 기준 매출 19조671억, 영업익 1조5천38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복수후보 요청이 '연임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비춰지는 이유다.
구 대표가 복수후보 심사를 요청한 데 대해 KT 측은 "단독후보가 아닌 복수후보 심사를 이사회에 요청한 것은 주요 주주 등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우려를 해소하고 동시에 복수의 경선 승부에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33년간 KT에서만 근무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KT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영전략 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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