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TV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시장에 LG전자가 새롭게 진출하며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본격 경쟁이 시작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부터 북미 지역에서 136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인 'LG 매그니트'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자 박람회 IFA 2022에서 97인치 OLED TV와 함께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마이크로 LED TV'는 제조 원가가 비싸 가격 경쟁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달리 번인(영구적 잔상) 걱정이 없고 100인치 이상 TV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LG 매그니트'의 가격은 1억원 이상으로, 설치하는 환경에 따라 가격은 변경된다. 제품은 일반 매장에서 선보이지 않고 주문 제작 형태로 판매된다.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북미 시장에서 여러 대가 주문된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LG 매그니트'의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초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로부터 전파 적합성평가 인증 등록을 완료했다. 또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마이크로LED 산업협회에도 최근 가입했다.
LG전자는 앞으로 100인치 이하는 OLED TV, 그 이상 초대형 크기는 마이크로 LED TV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 지난 2020년 상업용 마이크로 LED 사업을 먼저 시작해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서 일찌감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도 신제품 출시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110인치 제품을 내놨던 삼성전자는 시장 확대를 위해 89인치, 101인치 제품 출시를 준비 중으로, 올해 두 제품의 국내 전파 인증까지 완료했다. 또 멕시코와 슬로바키아 등에 생산 라인까지 증설하며 판매 확대를 위한 준비도 끝냈다.
다만 최근 소비 심리 위축으로 TV 시장이 침체되자 연내 출시하려고 했던 계획은 최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가는 110인치가 1억7천만원, 89·101인치는 1억 초중반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연초 CES 2022에서 89·101형 마이크로 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올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 마이크로 LED TV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9월 독일 IFA 2022에서도 마이크로 LED 신제품을 114형부터 76형까지 다양한 크기로 선보이며 대중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펜트업 수요 급감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TV 시장이 침체기를 맞자 이 같은 계획을 잠시 보류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89인치와 101인치 마이크로 LED TV는 기존 판매 중인 110인치 제품과 다른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 등에서 좀 더 낫다는 평가가 있다"며 "기존처럼 디스플레이 유리 기판을 하나의 큰 통판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태블릿 PC 화면 크기인 12.7인치 기판 여러 장을 타일처럼 붙이는 형태로 제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를 베트남 공장에서만 생산하다 올해 멕시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라인 확보가 원활해진 상황"이라면서도 "아직까진 실수요가 많지 않아 시장성은 거의 없지만 미래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려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TV 시장 불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초고가'인 마이크로 LED TV에 공 들이는 이유는 향후 시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마이크로 LED 시장 규모는 올해 5천400만 달러(약 761억원)에서 매년 204%씩 성장해 2026년에는 45억 달러(약 6조3천4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수요가 상대적으로 시황 영향을 적게 받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봤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수요는 2억879만 대에 불과해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70인치 이상 프리미엄 TV의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며 전체 TV 시장에서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TV 시장 중 10.2%에 불과했던 70인치 이상 TV의 비중은 올해 20% 이상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 업체의 본격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장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이 시장의 마이크로 LED TV는 판매량이 거의 미미했지만, 내년 1분기부터는 유의미한 수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4분기까지 마이크로 LED TV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0을 기록했으나, 내년 1분기부터 1천 대씩 판매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옴디아는 1천 대 이하 출하량을 0으로 본다.
이에 맞춰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 마이크로 LED TV 패널용 저온폴리실리콘(LTPS)-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을 공급하는 대만 AOU의 경우 중국 쿤산 공장에 설비를 추가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나섰고, 삼성디스플레이는 AR, VR용 마이크로 LED 기술을 산업 성장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삼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시장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OLED, 마이크로 LED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2024년쯤 일부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시장은 아직 연구개발 내지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머지 않아 기술 개발이 고도화되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패널 크기와 형태에 구애 받지 않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디스플레이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디스플레이에도 모두 적용 가능해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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