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가 경제의 혈관인 물류를 볼모로 한 집단 운송거부는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국민 생활의 어려움을 가중 시킬 뿐입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향후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가 있을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어려움 속에 글로벌 경기 위축과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현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번 일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봤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했음에도 산업현장 셧다운 등 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국가 경제의 피해가 확산되고 국민 생활 불편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환영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산업 현장의 피해가 크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다행이란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산업과 수출의 기반이자 국민 생활과 직결된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분야 등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피해가 더욱 커지기 전에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며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해 물류 정상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와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국가 경제 피해 최소화 및 국민 부담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병유 무협 회원서비스본부장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및 불법행동으로 인해 갈수록 산업현장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다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산업 현장에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행동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경제계가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질타하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기업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어서다.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 후 지금까지 운송 거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총파업에는 2만2천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이 짊어지게 됐다. 특히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극심하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불법 운송거부로 시멘트 출고량은 90% 이상 급감하고, 건설현장의 약 50%에서 레미콘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일부 주유소에서도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등 민생 전반으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도 기업들은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당시 파업으로 철강업계 1조1천500억원, 석유화학업계 5천억원, 자동차업계 2천571억원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해 참다 못한 정부는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업무 복귀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고, 이를 즉각 발동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거부해 화물 운송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수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은 2004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일감과 화물차 번호판을 함께 관리하는 '지입' 시멘트 운수사들에는 당장 이날 오후 명령서가 전달된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운수종사자 개인에게 명령서를 전달한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화물 노동자에게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민주노총은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갈 것이 뻔한 오늘의 결정으로 발생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가 이처럼 나선 것은 '안전운임제'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일몰제로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 안전운임제 영구화 ▲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에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 추가 확대 ▲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다가오자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걸어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조건으로 8일 만에 파업을 풀었으나, 최근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여당은 파업 예정일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인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화물연대는 반발해 총파업에 나섰다.
전경련은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화물연대의 주장을 두고 마땅치 않아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인 안전운임제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고, 실효성도 입증이 되지 않은 제도"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에 따라 안전운임제를 3년간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를 이어가는 것은 명분도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엄중한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노동계의 총파업은 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적 노력을 외면하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파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공공분야 혁신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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