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속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인재를 발탁하는 등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
LG는 23일과 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LG의 임원인사는 '미래 설계'로 축약된다. LG는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 전진배치하며 '미래 설계'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연구개발, 고객경험은 물론 생산, 구매, SCM, 품질·안전환경 등 분야를 망라해 철저히 미래 경쟁력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했다. 특히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의 신규 임원은 31명으로, 신규 임원 114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은 92%를 차지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LG는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끌 핵심사업에서 승진 인사를 확대했다. 글로벌 각축전이 심화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승진자를 배출했으며,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승진자가 배출됐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세계 1위 가전 사업은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최근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장(VS)사업은 더 높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인재를 선발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LG이노텍과 LG CNS 등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탁했다.
LG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CEO를 대부분 재신임하는 한편,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유임했다.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취임한 이후 18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후임 이정애 CEO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했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성장 기록을 세웠으며,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국내 기반에서 중국·미국 등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는 미래 준비 관점에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주도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이 신규 임원이다.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신규 임원 중 92%는 1970년 이후 출생자로,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LG전자 우정훈 수석전문위원(상무)이다. 우 수석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씽큐(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기여해 발탁, 승진했다.
LG는 이번 연말 인사와 별도로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19명의 외부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기존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영입한 외부 인재는 총 86명이다.
주요 영입 사례로는 ▲AI·빅데이터 분야의 LG전자 CTO AIX실장 한은정 상무(전 아마존 사이언스 매니저), LG에너지솔루션 프로세스AI담당 김영훈 상무(전 아마존 사이언스 매니저), LG CNS D&A사업부 수석전문위원 정윤호 상무(전 파인트리파트너스 컨설팅 본부장) ▲플랫폼 분야의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 정기현 부사장(전 메타 한국 대표), LG전자 HE플랫폼사업담당 조병하 전무(전 하만 인터내셔널 에코시스템 사업총괄) ▲바이오 분야의 LG화학 생명과학 신사업기획담당 노지혜 상무(전 휴젤 전무) 등이 있다.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신기술 개발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도 중용하며 기술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에서 신규 임원은 31명으로, 이번 인사를 포함해 그룹 내 연구개발 분야 임원은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어났다.
LG는 우수한 기술 인력을 중용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 첨단 기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도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또 LG는 고객 최접점인 CS(고객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발탁했다. CS 분야 임원 수는 지난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LG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사업 기본기인 품질과 안전환경의 중요성을 반영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 11명을 중용했다.
LG는 여성 CEO 선임으로 다양성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선임된 여성 CEO는 2명이다.
이정애 코카콜라음료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생활건강의 CEO를 맡았다. 지투알 박애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에 선임됐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임원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LG의 여성 임원은 지난 2018년 29명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총 64명으로 늘어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LG 관계자는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정책에 따라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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