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SKC와 롯데케미칼이 동박 시장 선점을 위한 해외 증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과 환율 급등 등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의 수요가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C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동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현지 공장 증설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SKC는 미국과 캐나다 내 증설 후보지를 대상으로 주 정부와 최종 협상을 진행 중으로, 연내 최종 부지를 선정해 투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두환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지 고객사의 급증하는 수요에 밀착 대응하기 위해 북미 공장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북미 지역 캐파(생산능력) 가이던스는 5만 톤이었는데, 현재 북미 시장 전기차(EV) 수요와 최근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캐파를 보다 더 상향하는 것도 같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박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음극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얇을수록 배터리 고용량화, 경량화에 유리하고 넓고 길수록 고객사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동박시장에서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가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왓슨(19%)과 대만의 창춘(18%)이 뒤를 이었고, 최근 롯데케미칼이 인수를 확정한 일진머티리얼즈는 점유율 13%로 4위에 올라있다.
SKC는 동박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KC는 지난 2020년 1월 SK넥실리스(옛 KCFT)를 1조2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정읍 4, 5, 6 공장을 순차적으로 건설해 동박 생산능력을 2019년 2만 톤 수준에서 올해 5만2천 톤으로 확대했다. 또 향후 2025년까지 말레이시아, 폴란드, 미국 등 해외 진출을 통해 생산능력을 25만2천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C는 올해 동박 공장 해외 증설에 1조원가량을 투입했고, 내년에도 북미와 폴란드 등에 연간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동박 시장 점유율 4위 업체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2조7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동박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약 6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거점에 2027년까지 22만5천 톤 규모의 공장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등 인수 후속 작업이 마무리되면 공격적인 투자로 동박 해외 공장 증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초 2030년까지 배터리소재 분야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목표의 조기 달성과 매출 규모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며 "동박 생산 기업 인수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 급등한 환율 등은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2조7천억원 중 내부 자금으로 1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조7천억원은 금융기관 등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 대출 금리도 연 5%대로 크게 올랐다.
회사채 시장은 레고랜드 여파로 자금 경색이 확산하며 발행금리가 오르고 있고, 그마저도 시장에서 미매각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그에 더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일제히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에 어느 정도 무리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금리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시장 이자율과 큰 괴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SKC는 동박 투자 관련 자금 확보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어서 재무 안정성과 재원 조달 면에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C 관계자는 "투자비가 상당히 올라간 것은 사실이고, 특히 북미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당 부분 투자비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SKC는 투자비를 상충하고도 남을 정도로 공정 프로세스 개선, 설계 최적화를 이루고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투자 계획은 스케줄 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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