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검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며 장외여론전을 본격화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희생자 유가족과도 접촉하며 여권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나친 여론전을 경계하는 내부 반응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서울·경기를 시작으로 인천·광주·경남(14일), 대전·대구·강원(오는 15일), 부산·울산·제주·전북(16일), 충북·충남(17일), 전남(18일)에서 국민서명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전국적 규모의 서명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14일 오전 8시 기준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 수는 약 25만 명에 달한다.
민주당의 서명운동 추진에는 국정조사를 위한 추가 동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론상으론 야권 단독 추진이 가능한데 충분한 여론이 없다면 오히려 국민적 반대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참여하든 하지 않든 여론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국정조사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서명운동을 "이재명 살리기를 위한 어거지 퍼포먼스"(14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여권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김 의장에게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의장께서) 절차에 따라 특위를 구성하고 계획서 안 작성에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경찰 수사가 끝난 이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 위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여권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안호영 대변인은 "(유가족 중 한 분이) 가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는 것은 유가족의 뜻이 아니라고 강조하셨다"며 유족 측에서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참석한 유족 중) 그 부분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분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날 친야(親野) 성향 언론 '민들레' 등이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야당의 여론전 과몰입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당이 국정조사에 몰두하는 모습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때와는 달라 해당 이슈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여권 압박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회유·타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예산·법안 심사 기간에 국정조사에 몰두하다 보니 '이재명 방탄용'이란 오해의 소지를 받고 있다"며 "민생에 소홀하다는 이미지를 주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국정조사와 예산·법안 심사 둘 다 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법안 심사 또한 속도 있게 성과를 내자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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