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서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6년 만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조기 선임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해도 되지만, 조기에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서천연수원에서 '제54기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허은녕·유명희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삼성전자가 임시 주총을 개최한 것은 지난 2016년 10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이날 주총은 매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총과 달리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임시 주총인 만큼 50여 명의 주주가 참석하는 등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주주 편의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사전 신청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 또 2020년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해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를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조기에 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의 이사 총수 과반 요건을 충족시키고,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속 유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회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고, 회사 발전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부회장은 "4개월 뒤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임시 주총을 열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주주의 질문에도 "상법상 내년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충원할 수도 있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자 임시 주총을 소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주총 30여 분만에 마무리됐다. 허은녕 사외이사는 88.29%, 유명희 사외이사는 99.25%의 찬성률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수는 한화진 사외이사가 새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돼 사임하고, 박병국 사외이사가 지난 5월 별세하면서 기존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 바 있다. 이번 선임으로 사외이사는 다시 6명으로 늘었다.
이번에 사외이사로 선임된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에너지·ESG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유명희 사외이사는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통상교섭본부장이던 지난 2020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경제통상 관련 외교 활동을 지원하는 외교부 경제 통상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각에선 유 사외이사의 선임으로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고심이 깊어진 삼성전자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에너지 전문가와 경제통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속 공급망 문제와 ESG 등 경영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실제 김종훈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허 사외이사는 에너지·자원·환경 관련 경제 및 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회사의 ESG 경영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국제통상 전문가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심화하는 글로벌 기업 간 주요 경쟁 상황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종희 부회장 역시 "두 후보자는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탁월한 전문성과 폭넓은 식견으로 회사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 참석한 임직원들은 어두운색 복장과 검정 마스크, 검정 넥타이를 착용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에서 주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시작에 앞서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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