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SK하이닉스가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속에 영업이익이 60% 급감하면서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도 돌입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매출 10조9천829억원, 영업이익 1조6천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고, 영업이익은 60%나 감소했다. 이는 영업익 2조원대를 예상한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하회하는 성적이다.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시황 악화'라며 이같은 불황이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 대비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 올해 대비 50% 이상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가는 상당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투자와 감산을 위해 생산 효율화에 나섰다.
노 사장은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탓에 SK하이닉스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겠다"며 "수요 환경이 급변한 만큼 효과적 대응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팹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믹스와 장비 재배치 등을 고려, 일시적으로 웨이퍼 캐파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로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텔로부터 약 10조원에 인수한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성적표도 현재로선 만족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반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대상에서 1년간 유예됐지만 이후 상황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중국 우시 공장에 EUV 장비를 반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수출 규제 조치가 다시 유예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장비별로 따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해 장비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생산 거점의 다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의 거점을 다변화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생산 베이스에 대해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경영진을 최근 박정호 부회장과 곽노정 사장 체제로 변경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이 비상장사이다 보니 3분기를 특정해서 실적을 말하긴 어렵다"며 "전체적으로 올해 초에 일회성 비용을 뺀 경우 흑자가 예상되나, 갭 기준으로는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의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DR5는 서버의 경우 연간 전체적으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연말로 가면 이는 30%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PC용의 경우 전체적으로 30%, 연말로 가면 그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