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자신을 따라다니던 '사법리스크'에 '대장동 특검' 카드로 반격을 시작했다. 그간 '대장동 개발특혜'·'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에 침묵을 지키며 수세(守勢)에 집중했지만,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를 계기로 '불법 대선자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보였으나 정치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장동 의혹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의혹 등도 특검으로 함께 수사할 것을 주장하며 "떳떳하다면 특검으로 공정하게 실체를 규명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체포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용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대선자금(정치후원금)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캠프 총괄부본부장과 민주당 대선캠프 총괄부본부장을 지낸 바 있어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이 체포된 다음날인 20일부터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를 향해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느냐. '칼로 흥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21일에는 "야당을 말살하고 존재를 부인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당내에서는 사법리스크가 대선자금 문제로 번지는 것을 이 대표가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와 대선후보 시절 문제는 전혀 다르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의원직 박탈, 선거비용 반환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 대표는 침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거부하면 민주당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대장동 특검을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부인했으나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과의 병행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민심에 따라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특검의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장동 특검의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우선 특검법을 처리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으며,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으로 처리하려고 해도 법사위 내 비(非)교섭단체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조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21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특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글을 남겼다.
국회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대장동 특검 제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대장동 특검에) 윤 대통령 관련 수사도 넣자는 건 대통령에게 받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략(政略)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여권이 마냥 특검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특검을 무기로 예산, 정책 등에 협조해주지 않으면 정부·여당도 곤란해지긴 마찬가지"라며 "차후 여야 영수회담 등이 이뤄질 때 정치적 딜(Deal)을 이뤄낼 수 있는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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