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가 반대에 나선 데 이어 재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위헌 소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파업을 조장해 산업 피해를 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벌인 노동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꼽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이 위헌 소지(재산권 침해)가 있고,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불법파업·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떠오른 법안으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법 파업을 벌인 쌍용차 근로자들이 46억8천만원을 회사에 배상하게 되자 2015년 4월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당시 당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간 노란봉투법 입법은 추진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된 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6일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 후보자 등은 국회에서 연내 입법 촉구를 하며 불을 붙였다. 이 비대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에게 던져진 470억원 손배 폭탄이 터지기 전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21대 국회의 존재 이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법을 두고 소위 '민주노총 보호법'이라고 평가하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기업 파업 손배 청구의 99% 이상이 민주노총 상대로 제기됐다. 이에 민주노총도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회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경련은 노란봉투법의 부조리함을 낱낱이 지적하며 법 통과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23조에서 명시된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심지어 일부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도 노조에 의해 계획됐다면 노조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해서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에게 발생하는 재산상 손해를 보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상 재산권 행사를 금지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또 전경련은 개정안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어 헌법 제27조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재판청구권)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피해자의 권리, 법적 평등 및 공적책임의 평등 면에서 헌법에 반한다고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일각에서 노조권 보장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경련은 "이미 현행 노조법(제3조)은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해 노조권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은 합법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지, 불법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경련은 노란봉투법이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 '파업'을 조장해 산업 피해를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도 사업장 및 공공시설 점거, 봉쇄·물류방해, 고공농성, 폭행·재물손괴 등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택배노조, 화물연대 등에 의한 불법행위는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소비자들과 자영업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 바 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파업이 잦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20년)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1일로, 일본(0.2일)에 비해 190.5배나 높다. 미국(8.2일)보다는 4.6배, 독일(4.6일)보다는 8.3배 높은 수준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조의 폭력이나 파괴행위의 경우에도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전보배상주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법적 형평성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근로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파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란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행 노조법 제38조는 다른 근로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법 통과 시 양 조항 간 충돌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현행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원청 사용자는 모든 하청업체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원하청 노조를 단일화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도 추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전경련은 노사 간 이견이 있으면 파업이 허용되기 때문에 자동화 설비 및 신기술 도입, 임직원 인사, 순환배치, 공장 이전과 같은 경영권도 파업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노조법 개정안이 노동쟁의 범위에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가 포함됐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될 경우 노조가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의 조치에 대해서도 파업을 할 수 있게 돼서다. 이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이 하도급 관계가 불가피한 조선, 건설, 제조 등 국내 주력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산업은 노동 집약 산업이자 경기에 민감한 업종으로,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 많은 원하청 기업들이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은 62.3%, 건설업은 47.3%로, 다른 산업에 비해 하도급, 파견·용역 활용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하도급 활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해외 협력업체 활용, 생산시설 해외 이전 유인이 커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관련 산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주주나 근로자, 지역 소상공인 등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지금은 불법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관련법을 개선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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