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이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비(R&D) 회계 처리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삼성이 당시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R&D 비용을 무리하게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4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7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 증인으로는 2012~2013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전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이 모씨가 출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된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R&D 사업을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R&D 비용 비중이 높다. 기업들은 통상 이를 무형자산이나 비용으로 처리한다. 무형 자산으로 잡으면 비용은 줄어들고 반사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제시할 수 있는 경우' R&D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지 '비용'으로 처리할지는 기업의 재량에 달려 있다. 기업가치를 부풀린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전망을 낙관해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손실 처리하게 되면 투자자에 피해가 갈 수 있다.
이날 증인 이 씨가 감사에 참여했던 2013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R&D비는 1천509억원이다. 이중 39.89%인 602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R&D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인에게 "2013년 이전까지 에피스의 시밀러 제품 중 임상에 진입한 제품은 없었다"며 "2013년 임상에 들어가면서 자산화가 검토됐냐"고 물었다. 이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검찰은 "당시 일부 시밀러 제품의 개발 성공이 낮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자산화 한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 씨는 "회계기준에 맞춰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을 준수했다며 합당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개발 중인 무형자산은 1년에 한번 실제로 자산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손상검사를 하게 돼 있다"며 "에피스도 그렇냐"고 물었다.
이 씨는 "그렇다"며 "손상검사를 할 만한 악재가 있어서 했던 게 아니라 절차가 그랬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손상 징후를 살피는 건 (경영자) 사용가치 관점에서 수용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 적정성을 따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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