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면서 중국으로 기기를 공급할 길이 막힌 미국 장비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장기적으론 수출을 원천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종 주가를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5% 떨어져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 지수는 지난 3거래일 동안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 40% 이상 급락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4.1%, 램리서치가 6.4%, KLA가 4.7% 각각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은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첨단 기술 수출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면 '거부 추정 원칙'에 따라 수출이 사실상 전면 통제된다.
미국 반도체 업계도 공식 성명을 내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한 조치라고 본다"면서도 "미국 기업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찰스 셤 연구원을 인용해 "내년 미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매출 성장이 예상보다 50%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규제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엔 미국 장비 업계엔 다소 느슨해진 허가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2018년부터 중국의 D램 업체 푸젠진화, 2019년 화웨이, 2020년 SMIC 등에 장비 수출을 막았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장비 수출은 2019년 화웨이 제재 이후로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은 2019년 29억8천만 달러에서 2020년 41억 달러, 지난해 55억2천만 달러로 화웨이 제재 이후 증가율이 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노리는 건 중국의 반도체 고사지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가 아니다"라며 "미국 장비 업체들의 수익 보호를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장비 수출 규제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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