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갑질을 막겠다며 국회 여야가 발의했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이 갈피를 잃었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속 위원간 찬반이 엇갈리면서다. 막대한 트래픽 발생으로 인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부담 가중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10시 과기정통부 세종청사에서 과기정통부와 우정사업본부, 국립전파연구원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정창래 과방위 위원장이 감사반장을 맡았다. 여당 측에선 박성중 과방위 간사를 포함한 8인이, 야당 측에선 조승래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9인과 박완주 위원(무소속)이 감사위원으로 참석했다.
◆구글 유튜브·트위치發 여론 동요…韓 망무임승차방지법 뭐길래?
망무임승차방지법이란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법을 말한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의 트래픽을 과도하게 높이는 데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네이버·카카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반면, 구글·넷플릭스는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황. 현재 국회에는 윤영찬 과방위 위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 관련 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앞서 구글 유튜브는 한국 블로그를 통해 망 이용료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직접 작성했다. 국회서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되면 유튜버 등 창작자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가 부담해야 할 망 이용대가는 창작자들이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여론전이다.
게임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도 망무임승차방지법을 사실상 우회 저격했다. 국내 방송 최대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트위치 측은 지난달 2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원본 화질을 조정할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 내 동영상 최대 화질은 720p가 된다"고 기재했다. 이전 트위치 최대 화질은 1080p였다. 트위치 측은 한국 서비스 운영비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망무임승차방지법 입법화 두고 이견 첨예…"당연히 내야" vs "정부 개입 NO"
4일 국감에선 과방위 소속 여야 위원들로부터 다양한 질의가 오갔다.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요금제를 비롯한 ▲28㎓ 대역 주파수 등 5G 커버리지 관련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 이용약관 관련 ▲과학기술인공제회 임직원 성과급 관련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완화 관련 ▲ISP·CP 간 망사용료 관련 ▲국무총리실 국감 모범답변 하달 관련 등이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망사용료 관련 질의였다. 여야 위원들이 앞다퉈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발의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정황과는 달리 한순간에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것. 구글 유튜브의 망무임승차법 반대 표명에 이어 트위치 화질제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여론이 동요했고 국회가 이를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4일 과방위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박성중 과방위 여당 간사(국민의힘)는 "망 사용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야당끼리 망 사용료 관련 공청회를 했다. 그 사이 구글과 넷플릭스가 공격했고, (이에 야당이) 한 걸음 물러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 동일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경태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이통사는 회선 하나에 여러 대 단말기를 연결할 시 경고 메시지를 송출한다. 데이터량이 느는 것이 아님에도 단말기 댓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CP사에게는 데이터 쓰는 만큼 이용료를 내야한다면서 이용자에게는 여러 명이 나눴을 때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상충된 주장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위원(더불어민주당) 입장은 다르다. 망에 접속하는 모든 주체는 망 사용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과기정통부)가 망 사용료 분쟁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했다. 누군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그 돈은 다시 누군가에게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반론이다.
변 위원은 이정호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질의에서 "CP가 됐든, 크리에이터가 됐든 망을 사용한다면 접속료를 내야 한다. 누군가 내지 않으면 그 돈은 다시 누군가에게로 전가된다"며, "현재 개인사업자(SK브로드밴드 등)에게 전가되고 있다. 시장 실패에 대해 정치권이 개입한 가운데 정부도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국 누군가는 내야한다' 공감…"트래픽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
통신업계는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소견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변 위원의 질의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국 누군가는 트래픽 폭주로 인한 설비 투자 등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향후다. 기술 진보 및 영상 화질 기술 발달로 콘텐츠제공사업자를 통한 데이터 소모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CP사 트래픽 사용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 트래픽 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이 국내 트래픽 양의 27.1%를, 넷플릭스가 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CP사의 트래픽 양만 전체 사용량의 3분의 1을 넘긴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누군가는 결국 망 이용료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에 공감한다. 영상 품질(화질)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만큼 트래픽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설비 및 관리 비용을 지속적으로 더 투자해야 하는데 민간 사업자가 홀로 부담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놓고 3년째 소송 중이다. SKB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넷플릭스 트래픽처리를 위해 전용망을 제공했으니 응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나섰으나,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 제공했으므로 무정산을 주장하고 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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