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장관님.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책보좌관에게 (국정감사 상임위별 쟁점(최종) 문건) 받았습니까?”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받았습니까?”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이런 문건 전달받아서 하시라고 한 거 들었습니까?”
“저는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기억이 없다하지 마시고 있다 없다로 얘기해주세요?”
“그 문서를 본 일이 없습니다”
……(계속된 반복 질문)
“기억이 없다고 하시면 받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습니다.”
4일 세종정부종합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첫날 오후 9시께 산회를 앞두고 파행사태가 발생했다.
발단은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이 “총리실이 과기정통부 장관을 무엇으로 아는지, 각부 장관을 뭘로 아는지…”라며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국정감사 상임위별 쟁점(최종)’ 문건의 사실 여부를 지적하면서 부터다.
이에 대해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입수한 문건을 살펴보며 “국무총리실에서 작성해서 각 부처 장관과 보좌관에 주지시킨 것으로 보인다”라며, “법사위와 과방위 보니까 서술형 종결어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은 ‘예정’, ‘확정’, ‘완료’ 이렇게 확정적으로 돼 있지만 야당 출신 위원장(과방위)이 있는 곳은 ‘노력’, ‘계획’, ‘대응하겠음’, ‘보완’, ‘발전’, ‘적극 추진’ 등 이런거다”라며, “이것은 5공 군사독재 시절 있었을 법한 관계대책회의와 비슷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 위원장은 "각 부처 유능한 전문가 장관을 인선을 해서 뽑았으면 그분들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게 해야지, 국무총리실에서 이렇게 모범답안을 내서 각 장관에게 돌리나”며, “어쩐지 아침부터 장관이 소신있게 답을 하지 않고 두루뭉실, 약간 좀 말끝을 흐리는 것이 이 문건 때문에 그런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을 이어갔다. 대체적으로 이 문건을 장관이 확인했는지 여부였다. 최초 기억이 없다고 답한 이 장관이 문서를 전달 받거나 본 일이 없다고 답한 뒤에도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계속해서 동일한 의미의 질문이 반복됐다. 최종적으로 이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간사)은 “총리실에서 하나의 참고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5공이니 판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과방위가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갔다.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과방위는 일시 정회됐다. 속개된 과방위 단상에는 과기정통부 수석정책보좌관이 올랐다. 정 위원장의 문건 확인 여부와 관련해 보좌관은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았고 SNS로 접수했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받지 않았다는 말은 받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다시 묻겠다”라며, “공식적으로 받지 않았으나 받기는 했다?”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대해 보좌관은 “금일 오전에 카톡을 통해서 지인에게 받았다”고 해명했다. 계속된 질문에 보좌관은 타 부처 정책보좌관을 통해 카톡으로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위원장은 “지금 확인해보니 국무총리 비서실에서 이 문건을 부처 정책보좌관 20명에게 보냈고, 9월 30일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오늘 오전 받았다고 하는데 설명이 필요하다”고 물었다. 이에 보좌관은 “해당 문건은 일단 저 말고 또 다른 정책보좌관이 있는데, 그 정책보좌관에게 이메일로 온걸 알고 있는데 열람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정책보좌관은 금일 문건을 수신했다며 “수석정책보좌관이 오전에 SNS로 돌고 있다고 말해 오후에 확인했더니 와 있었다”고 답했으나 또 다시 계속된 질문에는 “어제 4시33분에 (이메일을 보냈다는) 문자가 왔다”고 답했다. 지난 3일 발송된 이메일 확인을 안했다면 근무태만일수도 있다는 정 위원장이 지적에는 “업무메일로 와서 확인 못했다”고 해명했다.
◆ 계속된 공방에 진땀 뺀 과기정통부
계속된 추궁에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으로 작성된 문건일 뿐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의원은 “작년에 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라며, “너무 이렇게 통상적 절차를 가지고 큰 문제가 난 것처럼 하는데, 이번 내용도 무슨 내용, 핵심 비법을 가지고 한게 아니라 요약해서 (부처가) 올리면 총리실에서 답변 간략하게 해서 보낸거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조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쟁점 자료 만들어서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 보낼 수는 있지만 우리가 확보한 자료는 답변 기조를 이렇게 하라고 한 것이다”라며, “이전에도 비슷한게 있다고 하는데 그건 생산자가 과기정통부이고, 이 건은 생산자가 국무조정실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끊임없는 공방에 과기정통부도 오락가락했다. 대체적으로 “제가 담당하지는 않았는데”, “자연인을 언급하기 어렵다”, “내려보낸 건 모른다” 등 소극적 답변을 반복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정 위원장은 “국무총리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취합할 수는 있고 문제가 안되지만 그걸 취합해서 이렇게 답변해라하고 내려 보낸 것”이라며,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과기정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문건이) 내려왔는데, 그걸 수령했는지 묻고 있는 것이고 장관은 그 가이드라인에 맞게 답변했는지가 쟁점이다”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뒤 이어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하영제 의원(국민의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게 총리실에서 조정하는게 당연하고 장관도 소신있게 답하면 된다”라며,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로 뭐가 잘못됐으며, 무슨 상관이고, 왜 우리가 따져야 하는 것인지 알아서 하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각 부처 실장들은 장관께 보고를 해야 하지만, 장관이 국무총리 비서실에서 아래로 하달 받는 것은 안된다. 국무조정실장이 자기 스터디를 통해서 하는 설명문구가 아니라, ‘NASA 모델로 신속히 추진해나갈 계획’, ‘망이용대가 대응하겠음’이라는데, 망이용대가를 국무총리실에서 하는 건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18일 (이종호) 장관이 오전 출석을 하기 때문에 입장을 정리하고 더 필요한게 있다면 의원들은 과기정통부 상대로 확인하고 자료요청을 하고, 필요하면 국무총리실에서 자료를 받은 후 그 때 위증 여부까지 다 얘기하겠다”고 예고했다.
/김문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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