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에 CBAM 규제품목 확대는 양국 교역관계 및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은 28일 이 같은 취지의 건의서한을 로베르타 메촐라 EU 의회 의장, 크리스티안 실비우 부소이 EU 의회 산업·연구·에너지 위원회(Industry, Research and Energy Committee) 위원장, 파스칼 칸핀 EU 의회 환경·보건·식품안전(Environment, Public Health and Food Safety Committee) 위원장에 전달했다.
CBAM에 건의서한을 발송하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경련은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의 CBAM 입법안 발표 당시에도 "수입품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CBAM은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며 "EU와 같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한국은 CBAM 적용 면제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22일 확정된 EU의회의 수정안은 기존 집행위원회의 입법안보다 규제가 강화됐다. 규제품목의 수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등 5개에서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등 4개가 추가돼 9개로 늘어났다. 또 의회 수정안에서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scope 1)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전력사용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scope 2)까지 규제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내년 1월부터 CBAM 시범운영 개시가 계획된 만큼, EU CBAM 최종안은 조만간 집행위원회, 의회, 이사회 간 삼자협의(trilogue)를 거쳐 빠르면 다음달 중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U간 탄소무역장벽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가운데 전경련은 규제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EU의회에 전달했다. 전경련은 "당초 집행위원회 입법안에는 규제품목에서 제외됐던 유기화학품이 이번 의회 수정안에는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을 정제한 유기화학품뿐 아니라 생물원료 및 친환경 공정에 기반한 유기화학품까지 일률적으로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예외조항 적용 등 규제품목 선정기준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EU CBAM과 유사한 탄소통상규제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미국 상원은 미국식 탄소국경조정제도인 '청정경제법안(CCA, Clean Competition Act)'을 발의한 바 있다.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 1톤(t) 당 55달러씩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라는 변수가 있지만 최근 경제안보 국면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강조되고 있어 CCA 입법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한다. 한국의 중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EU에서 탄소통상규제가 본격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보호주의를 강화하려는 이른바 '녹색보호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제조업·수출중심의 한국 경제에 앞으로 큰 난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통상 문제는 개별기업 및 민간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다가올 탄소통상시대에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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