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롯데건설의 현금흐름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천2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3천693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해 약 5천900억원 규모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19년에는 2천398억원의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로 유지되거나 전기에 비해 늘어나야 회사의 현금흐름이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더 유용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시장예측을 잘못해 재고자산이 크게 늘거나, 결제여건이 나빠져 매출채권(외상매출금, 받을어음)이 증가하는 등 운전자금 부담이 늘어날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롯데건설의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이 지난해 기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 2019~2020년 사이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은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공사미수금은 5천151억원, 분양미수금은 239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고자산 역시 많이 늘어났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영업이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상장사의 경우 주가 하락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9년 롯데건설의 재고자산은 95억원, 2020년 361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재고자산 규모는 1천2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자보수비로 나간 비용 역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20년 롯데건설이 하자보수비로 지급한 금액은 16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하자보수비 지급액은 전년 대비 약 2배를 웃도는 35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9년 하자보수비로 빠져나간 비용은 128억원이다.
여러 현금흐름 악화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롯데건설의 보유현금도 반토막 났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9년 말 8천27억원, 2020년 말 9천314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4천305억원으로 1년 새 약 5천억원 규모의 현금이 소실됐다.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배경으로는 운전자금 부담 증가, 해외 지분투자 등의 자금소요로 인한 차입규모 확대, 주택사업에 따른 영업보증금 지급, 재건축 분양지연 여파 등이 손꼽힌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영업 수익성이 발생하고 있지만, 주택사업 규모 확대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증가, 시행사와 조합에 대한 영업보증금 지급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다"며 "관계회사가 추진하는 해외사업 투자로 자금소요가 발생, 올해 6월 말 기준 총차입금이 1조6천억원으로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155.3%를 기록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다소 저하됐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건설은 시행사에 대한 PF지급보증 약 3천억원을 비롯해 정비사업 지급 보증 1조1천억원, 민간개발사업 자금보충약정 4조4천억원 등 우발채무 규모도 크게 늘어나면서 자본완충력 대비 잠재적인 재무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권 선임연구원은 "자금보충약정 등 변형된 PF보증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로 잠재적인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이 향후 신용평가 등급변동 검토 요인 항목으로 추가됐다"며 "회사가 중장기 사업 기반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경과와 이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 가능성에 대해서 중점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규모가 큰 대형현장들의 준공이 몰리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주택사업의 경우 입주 시기에 맞춰 잔금을 치르게 되는데 조합과의 정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준공 이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대형 현장들의 준공이 집중되면서 수치상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이는 모두 해소됐다"며 "현금보유액이 크게 감소한 것 역시 주택 수주를 많이 하면서 입찰보증금으로 투입된 비용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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