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 과방위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을 상대로 상임위 보이콧을 계속하면서 상임위 파행도 한 달 넘게 길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과방위를 둘러싼 양당 갈등의 핵심은 '방송 권력' 문제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 위원장이 여당 간사 선임 없이 전체회의를 강행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며 "상임위원회를 이끌어 갈 권위와 도덕성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여당 측은 과방위 산하 소위원장 배분도 문제삼고 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이) 과방위원장을 맡으면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2소위) 위원장은 다른 당에서 맡는 게 관례"라며 "2소위원장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승래 의원(민주당 측 간사)을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과방위는 현재 과학기술원자력(1소위)·정보통신방송 법안소위와 함께 예산결산·청원 심사소위 등 총 4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과방위는 지난 7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5번의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여당 측의 불참으로 모두 '반쪽 개회'가 이어졌다. 특히 7일 회의는 박 의원의 간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민주당 측은 오히려 파행의 책임이 국민의힘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7일 회의에서 "국민의힘 측 요구대로 간사 선임의 안건을 제1호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본인들이 나오지 않았다"며 "과방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하겠다고 했고, 정시에 출발하고 있다. 무단 결석생이 많다고 진도를 안 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국정감사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여태 간사조차 없는 집단이 정상적인 정당인지 묻고 싶다"며 "오늘(7일) 회의는 국민의힘 간사 임명을 위해 만든 자리인데 결석했다. 더는 (불참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은 2소위원장 임명 문제도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성중 의원이 전반기에 2소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상임위원장과는 별개의 문제다. 뭐가 부당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현재 2소위(위원장 조승래)와 예산소위(위원장 정필모)를 가져간 상태다. 야당은 1소위와 청원심사소위를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뒀다는 입장이다.
과방위는 그간 국회 내에서 통상 '비인기 상임위'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임기 문제, KBS·MBC 이사회 지배구조 문제 등 방송·언론 관련 이슈가 계속되면서 양당의 과방위 권력 쟁탈전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 7월 있었던 후반기 원(院)구성 협상에서도 과방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바 있으며 격론 끝에 1년씩 위원장을 교대로 맡기로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여야 모두 '방송 권력' 문제가 걸린 과방위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치열한 대결이 벌어질 곳 중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과방위에는 민주당 지도부(최고위원)인 정청래·고민정·박찬대·장경태 의원이 소속돼 있으며,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 추경호 의원(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내 중진급 인사와 전반기 과방위원이었던 박성중·김영식·허은아 의원 등이 배속돼 야당에 맞서고 있다.
한편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의 경우 당 지도부와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는 것이 국회 관례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과방위원장 경력이 있는 한 정치인은 "'3선 이상 임명', '당직 겸임 금지' 등 상임위원장 선임 관례 자체가 지난(21대) 총선 이후 많이 깨졌다"며 "씁쓸하지만 따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지난 8일 국회 부의장인 정진석 의원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국회 관례를 깼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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