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외 증시의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폐배터리 산업의 성장성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돼 투자 매력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폐배터리 관련 정책이 추진되면서 수혜 기대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고려아연 등 대기업들도 폐배터리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성일하이텍의 지난 6일 종가는 14만2천500원으로 공모가(5만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2차전지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코발트, 리튬 등의 핵심물질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새빗켐도 지난 6일 종가 기준 공모가(3만5천원)보다 4배 이상 높은 16만2천100원에 장을 마쳤다. 폐배터리 관련 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코스모화학 주가 역시 올해 들어서만 약 7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9.36%, 24.90%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해당 기업들의 차별화된 주가 흐름은 산업 전망에 있다. 글로벌 전기차(EV)와 관련 배터리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는 시장 초기인 올해 16만대로 시작해 오는 2025년 54만대, 2030년 414만대, 2040년 4천636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8~10년이라고 가정하면, 전기차 시장에 8~10년 시차를 두고 고스란히 폐배터리 시장이 형성된다"며 "테슬라의 모델S를 필두로 전기차가 의미 있게 팔리기 시작한 게 2013년부터인 만큼, 9년이 지난 올해부터 폐배터리 시장이 태동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의 실적도 가파른 외형 성장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뒤를 이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매출액도 전년보다 33% 증가한 1천964억원, 영업이익은 48% 늘어난 25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빗켐도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455억원, 114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전년보다 36%, 106%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 EU 등에서 폐배터리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을 이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으로 시행에 들어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가공·재활용되는 배터리 부품과 원재료를 일정 비율 사용해야 한다. 반면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원재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의 현실적 대안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 소재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EU도 상반기부터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추진 중이며, 연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구체적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EU의 목표대로 연내 법안이 발효된다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들도 폐배터리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CNG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현대차, 포스코홀딩스, GS건설, 고려아연 등의 대기업들이 폐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서는 아직 헤게모니를 장악한 기업이 부재하며, 폐배터리를 어떻게 조달해 올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의 성장이 2025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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