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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 경쟁 속 '비상등' 켜진 韓…반도체 기술·인재 줄줄이 샌다


5년간 기술유출 총 83건 중 39.8% '국가핵심기술'…대기업, 특허사냥꾼에 시달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안보 시대 속 첨단기술 보호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국가정보원, 특허청은 30일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경제안보 시대, 첨단기술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무역액 1조2천억 달러, 세계 무역 규모 8위의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첨단기술 기반 산업이 약진했기 때문"이라며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연간 73조6천억원에 이르는데, 우리 기업들이 피땀 흘려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첨단기술 보호는 기업의 사활을 넘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가치"라며 "기술보호의 핵심부처로서 특허청은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더욱 정교한 정책과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유출 방지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정부와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그래프=전경련]
[표, 그래프=전경련]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경쟁국의 기술 탈취 실태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정원이 적발한 첨단기술 해외 유출이 총 83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33건(39.8%)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정한다.

피해 집단별로는 중소기업이 44건(53.0%)으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31건), 대학·연구소(8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 69건(83.1%)은 반도체·전기전자·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정보통신 분야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집중돼 있었다.

국정원은 우리 기업·연구소·대학 등을 대상으로 경쟁국 기업 등이 기술을 탈취하는 수법은 크게 6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핵심 인력 매수 ▲인수합병 활용 ▲협력업체 활용 ▲리서치업체를 통한 기술정보 대행 수집 ▲공동연구 빙자 기술유출 ▲인·허가 조건부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기술유출 첩보 입수 시 신속한 조사를 통해 검·경 등 수사기관의 엄정한 사법처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특허청 산업기술보호정책과장은 '국내 영업비밀 보호 제도 및 지원 시책'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 기술보호를 위해 알아야 하는 영업비밀보호 제도와 침해 발생 시 대응방법, 정부의 지원 시책을 소개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기업의 특허소송은 총 250건으로, 2020년 187건 대비 약 33.7% 증가했다. 이 중 특허소송 전문기업(NPE, Non-Practicing Entity)으로부터의 특허공격은 149건(59.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NPE 특허공격은 2020년부터 2년 연속 증가 추세로, 피소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이었다.

또 특허청은 ▲영업비밀 관리시스템 보급 ▲영업비밀 원본증명 서비스 ▲관리체계 컨설팅 ▲유출분쟁 법률자문 ▲디지털 포렌식(유출 대응) 및 증거보존(예방) ▲영업비밀 보호센터(특허청 산하 공공기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내 설치)를 통한 지원 상담 ▲특허청 기술경찰을 통한 범죄수사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전략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전경련]
[자료=전경련]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경제안보 시대 첨단기술 보호 대응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김윤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첨단기술이 급변하는 시기에 기술유출 형사사건의 핵심은 신속한 수사로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라며 "기술유출이 적발되더라도 영업비밀 대상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기술도 전문적이고 난해한 경우가 많아 신속한 수사를 위한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협력방안 모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조치, 유출 시 효과적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까지 세 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실효성 있는 방지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보안체계를 아무리 잘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허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의 의식"이라며 "이러한 보안의식은 공정한 보상체계와 보안교육, 일벌백계를 통해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경제안보가 강조될수록 첨단기술에 대한 다양한 기법의 탈취가 성행할 것으로 본다"며 "지속가능한 기술 안보를 위해 인적 역량 강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연구개발 시작 단계에서부터 사전예방과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 규모별·수준별 기술 보호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프=전경련]
[그래프=전경련]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업비밀 보호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술·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형사소송 과정에서의 영업비밀 유출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성겸 특허청 수사자문관 검사는 "첨단기술 사범들은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각종 디지털 증거 인멸에도 능수능란하고, 수사의 대상이 되는 첨단기술의 개념 이해와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렵다"며 "기술 유출 수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인적·물적 지원 확대, 재판부를 보좌하고 자문할 인력과 조직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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