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측과 별개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 측에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4일 발간한 '2021년 연간보고서'에서 ▲인권우선 ▲공정·투명 ▲ESG 중심 경영을 2기 위원회의 중심 과제로 꼽았다.
준법위는 "기업은 사람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며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인권이 평등하게 보호되고 보장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 내 공정이 정착되려면 경영이 투명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회사 내에서 위법이 발생하는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과 관련해선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준법위는 올해 초 2기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3대 추진 과제로 선정한 상태다. 앞서 1기 준법위에서는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용역을 맡기는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준법위는 이번 보고서에서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며 "외부 전문가의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준법위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관계사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도 용역을 맡긴 바 있다. BCG는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대내외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상시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로 경영지원실 지원팀 산하에 사업위기관리(BRM)그룹을 신설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은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환골탈태 해야 할 시점"이라며 "구성원 모두 준법 경영을 준수해 신뢰받는 최고의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측도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복권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연결 고리로 이뤄져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9%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절반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으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18.13%)이자 삼성생명의 2대 주주(10.44%)가 됐다.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력을 높여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고민거리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총자산의 3%인 9조원어치를 제외한 나머지 32조원어치를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탓에 이를 비금융 계열사들이 사들이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 있어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에 삼성 측은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 등에서 근무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준법위와 이 부회장의 만남을 정례화하려는 점도 이의 일환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를 앞두고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BCG 보고서를 검토 중인 사업지원TF가 연내 작업을 마무리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사진=김성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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