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을 공식화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애플 생태계처럼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있는 만큼 점차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노 사장은 10일(현지시간) 오후 12시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직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갤럭시 전용 AP' 개발과 관련해 "여러 파트너사들과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자체 AP 개발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 만큼 시간이 굉장히 걸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자체 AP 개발과 관련해) 연구하고 있다"며 "구체화 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노 사장은 올해 초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커스터마이징(맞춤형)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갤럭시S22'에서 불거진 모바일 칩 품질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한 직원의 질문에 따른 것이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통신, 연산 등을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모량 등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한다. 그동안 갤럭시 전용 AP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 전용 AP는 삼성전자가 개발을 반도체 사업부에만 온전히 맡기지 않고, 설계 때부터 MX 사업부가 적극 참여해 갤럭시에 최적화된 칩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 칩을 스마트폰에만 국한하지 않고 '갤럭시'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기기로 확장하는 것도 추진한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지금까지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에서 AP를 공급받았다. 삼성전자 DS 부문이 개발한 AP인 엑시노스 시리즈도 일부 기기에 적용했다.
하지만 올 초 '갤럭시S22'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관련 논란에 휘말리면서 회사 내부에서 전용 AP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고성능이면서도 전력 소모량이 낮은 갤럭시 맞춤형 AP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행보는 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DS 부문은 AP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MX 부문 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갤럭시 전용 AP로 생태계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해 태블릿PC인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등에 모두 자체 설계한 AP를 사용해 제품 간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이 좋지만, 삼성은 현재 범용 AP를 적용해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한계가 많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전용 AP인 A시리즈로 애플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같은 전략을 구상한 듯 하다"며 "특히 삼성이 추구하는 스마트폰과 가전의 연결성을 높이려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공통된 콘셉트를 적용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칩 개발의 주도권이 반도체 사업부가 아니라 완제품 사업부로 옮겨지는 분위기"라며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흐름과 유사한 전략을 삼성전자도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노 사장은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영향을 줬던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의 성능 제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발열이나 과도한 전력 소모 등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상태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해당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면서 사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능이 낮춰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GOS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에 돌입했다. 노 사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갤럭시Z4' 시리즈를 소개하며 발열 같은 세부적인 성능 문제 개선에 힘썼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 사장은 "플립과 폴드에는 중앙처리장치(C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측면에서 모두 업그레이드 된 AP를 탑재했다"며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면 우리가 많은 노력을 통해 개선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미국)=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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