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쏘카가 희망 공모가보다 몸값을 크게 낮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강행한다. 지난주 기관 수요예측에서의 아쉬운 성적으로 상장 철회 가능성까지 점쳐졌지만, 최종적으로 상장을 결정했다.
9일 쏘카는 공모가를 2만8천원으로 확정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공모물량은 364만주, 공모를 통한 유입 자금은 1천19억2천만원이다.
당초 쏘카가 희망한 공모가 밴드는 3만4천원~4만5천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 공모 금액은 1천547억원~2천48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2천억원~1조6천억원이다. 그러나 공모가가 2만8천원으로 정해지면서 공모 금액은 다소 줄었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도 1조원 미만에 머무르게 된다.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공모가는 이미 예견됐다. 쏘카는 지난 4~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최종 경쟁률이 56대1에 그쳤다. 그나마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중 80% 이상이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3만4천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쏘카가 SK쉴더스·원스토어·현대오일뱅크 등과 같이 상장을 막판에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쏘카는 상장 강행을 택했다.
이로써 쏘카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코스피에 입성하게 됐다. 쏘카는 이미 지난 2020년 SG프라이빗에쿼티·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600억원을 투자받으며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았고, 올 초 롯데렌탈 투자 당시에는 1조3천억원의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높은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시장 악화 속 쏘카도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쏘카가 시장의 냉랭한 반응에도 상장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자금 조달을 통한 전체적인 스케일업이 그만큼 시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쏘카가 계획한 대로 여러 사업을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모빌리티 생태계 내 인수합병(M&A)·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의 필요성이 컸다는 것이다. 쏘카는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약 60%를 M&A와 지분투자 등에 쓸 계획이다. 2022년 200억원, 2023년 200억원, 2024년 이후 2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실제 쏘카는 지난 2019년부터 매년 꾸준히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며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장 지난해에도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과 국내 1위 주차 중개 플랫폼 서비스 개발·운영 업체인 모두컴퍼니를 인수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라이드플럭스에 2018년에 이어 2020년, 2021년 3차례에 걸쳐 투자를 단행한 사례도 있다.
박재욱 대표는 지난 3일 진행된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IPO 조달 자금으로 인수합병(M&A), 신사업·기술 투자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시장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봤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만들어 나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추후에도 주가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쏘카 관계자는 "유입되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체들과의 M&A,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것"이라며 "카셰어링은 물론 전기자전거, 공유 주차 플랫폼, KTX와 숙박 등의 예약이 가능한 '슈퍼앱' 역량을 강화해 이동의 시작부터 마지막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해 최대한 투자자 친화적으로 공모구조를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오는 10~11일로 예정된 쏘카의 일반청약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인 삼성증권, 인수단인 유안타증권 등 3개 증권사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2일이다.
/윤선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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