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2개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e심(eSIM)'이 오는 9월 1일부터 도입되는 가운데, 실제 이동통신 3사의 미사용 전화번호 잔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개통·번호이동과 e심 2번호까지 맞물리면서 이동통신사의 재사용 번호 활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이동통신 3사가 정부로부터 배정받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국번호 수는 총 23만개다.
국번호는 식별번호인 010 뒤에 붙는 네 자리 번호를 말한다. LG유플러스가 22만개로 가장 많고 KT가 1만개, SK텔레콤이 0개로 뒤를 잇는다. 여기에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개별번호 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사용 번호 수는 '23만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의 가용 가능한 국번호 수는 총 1300만개(재사용 번호 포함)다. 해당 수치는 5월 기준이기 때문에 현재와 차이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중에서 한번도 사용된 적 없는 국번호 수는 총 23만개로 LG유플러스가 가장 많은 22만개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칩 유심에 내장형 e심 활용
e심은 내장형(embedded) 유심이다. 기존 유심(USIM)과 달리 실물 형태의 칩이 없다. 고객은 기존 유심과 e심에 각각 1개씩 번호를 부여해 사용할 수 있다. 두 개의 단말이 없어도 하나의 단말로 투넘버 활용이 가능하다.
e심은 낯선 용어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일본 등 70여 개 국가가 이미 e심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이통사의 반발로 도입·상용화가 늦었다. 유심 판매로 얻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자유로운 번호이동 등으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스마트폰 e심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e심을 상용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이통사는 상용화 시기에 맞춰 e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가 우려했던 유심 판매 수익 부문은 e심 판매가가 2천700원대로, 시중에 판매 중인 유심 가격인 7천700원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하다.
◆신규개통·번호이동에 e심 2번호까지…재사용 번호량 증가 '불가피'
e심 2번호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재사용 번호 활용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개통과 번호이동, e심 등 미사용 번호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반면, 이통사가 정부로부터 할당 받은 번호량은 한정돼 있다. e심을 통해 2개 번호를 발급받을 시 확률상 미사용 번호보다는 재사용 번호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사용 번호를 사용할 경우 이전 사용자가 받던 스팸·광고 문자 등을 전송받게 된다. 현재 이동통신3사는 일반 해지 경우에 한해 28일이 경과된 번호를 기술적 조치 없이 재사용하고 있다. 신규 개통한 미성년자 가입자에게 대출이자 미납, 주식투자 권유, 도시가스 요금결제 문자 등이 발송되고 있는 이유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관계자는 "휴대전화 신규 개통의 경우 학생과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다. 낯선 이에게 연락을 받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한다"며 해지된 번호를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경우 기술적 조치를 취한 후 번호를 부여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e심 도입 따른 번호량 변동 불확실…9월 이후 추이 지켜봐야"
업계는 e심 2번호에 따라 재사용 번호 활용량이 늘어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실제 증감율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에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음에도 증감율이 크지 않았고, 고객이 두 대의 스마트폰 사용자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실제 e심을 얼마나 이용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첫 도입되는 제도(상품)를 한순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e심을 이용하게 될지 9월 이후 시점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측도 "과거 특정 사업자가 스마트폰 1대로 전화번호 2개를 사용할 수 있는 듀얼번호(듀얼넘버 서비스 추정)를 선보인 바 있다. 전화번호 증감율 측면에서 큰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스마트폰 두 대로 두 개 번호를 사용하던 가입자로부터의 수요가 예상되지만 이 또한 번호량 기준에서는 변동이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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