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여러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동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떠받치며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77조2천36억원, 영업이익은 14조971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25%, 영업이익은 12.1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DS(반도체) 부문 전 사업에 걸쳐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DS 부문을 중심으로 12%인 1조5천300억원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두 번째,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세 번째 기록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 때와 맞먹는다. 다만 전기 대비로는 매출이 1%, 영업이익이 0.85% 줄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소폭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이 21% 늘어난 77조2천275억원, 영업이익이 18% 증가한 14조7천983억원이다. 실적 전망치는 글로벌 경기 악화 영향으로 두 달 전에 비해선 낮아진 수치다. 지난 5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 추정치는 78조6천748억원, 영업이익은 15조2천932억원이었다.
2분기 매출액은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 1분기 77조7천815억원을 하회했고, 영업이익 역시 지난 분기 14조1천214억원에 못미쳤다. 지난해 3분기(73조9천800억원)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달성한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은 종료됐으나, 4개 분기 연속 매출 70조원 돌파 행진은 이어갔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올해 상반기 매출(154조9천836억원)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기록이였던 지난해(129조7천800억원) 상반기 실적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8년(30조5천1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총 28조2천18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21조9천496억원)과 비교하면 28.56% 증가한 수치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메모리사업부를 비롯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등에 최대 한도인 기본급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다만 생활가전사업부는 62.5%만 지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등 매우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된 가운데서도 2분기 기준 최대 및 역대 두번째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며 "영업이익은 재료비와 물류비 증가, 부정적 환영향 등 거시경제 이슈로 DX(모바일 경험) 부문 이익은 감소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전분기 수준의 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효자 '반도체'…전체 영업익 70% 견인
이 같은 실적 호조 배경으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호조와 환율 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달러화의 큰 폭 강세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달러로, 스마트폰·TV·가전 등 세트 부문은 현지화로 결제한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반도체 사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TV·가전 부문에는 부정적 요인이 됐다.
반도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운사이클로 전환됐지만 고환율 수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 인상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1분기(8조4천500억원)보다 증가한 9조9천8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2분기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3% 늘어난 28조5천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속에서도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시스템 반도체 공급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로 출하량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선제적 시장 예측을 통한 견조한 서버 수요 적극 대응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한 판가 유지 ▲달러 강세 등으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시스템 반도체는 ▲대량판매 시스템온칩(SoC)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판매 확대 ▲글로벌 고객사 공급 확대를 통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첨단 공정 수율 정상궤도 진입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6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또 세계 최초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 양산과 2억 화소 이미지센서 공급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 부문은 견조한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시스템 반도체 공급을 확대해 지난 분기에 이어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며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삼성디스플레이)는 비수기인 2분기에도 애플의 '아이폰' 효과 등에 힘입어 선방했다. 비수기 속에서도 지난해 2분기에 반영됐던 일회성 수익인 애플의 보상금 수천억원이 사라졌음에도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중소형 패널은 스마트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 플래그십 모델 수요가 지속되며 2분기 기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대형 패널은 QD 디스플레이가 목표 수율을 초과 달성한 가운데, QD 디스플레이 초기 비용과 LCD 판가 하락으로 실적은 지속 둔화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에 삼성과 애플의 플래그십의 스마트폰 출시, QD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와 전장, 게임 등 신규 응용처 확대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대형 패널은 LCD 생산 종료와 QD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원가 부담에 먹구름 낀 'DX'…수익성 악화로 '고전'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2분기부터 실적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스마트폰, 가전 등 완성품 판매가 소비 심리 위축과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DX 부문은 2분기 매출 44조4천600억원, 영업이익 3조200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22.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0.4%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DX 부문은 재료비와 물류비 증가, 부정적 환영향 등 거시경제 이슈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 경험) 부문은 부품 공급 상황이 개선되고 '갤럭시S22'와 '갤럭시탭S8' 시리즈 등 프리미엄 신모델 판매가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매출은 성장했다. 특히 업계에선 올 초 'GOS 논란'으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갤럭시S22' 시리즈가 전작보다 2주나 빠른 속도로 국내서 출시 43일만에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다.
앞서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수요가 최근 급감해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도 6천100만~6천300만 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분기 대비 1천만 대가량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시장의 관측과 달리 모바일(MX)·네트워크 사업의 매출은 29조3천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이익은 원가 상승과 부정적 환영향 등으로 인해 18.9%나 줄어든 2조6천2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는 물론 전 분기에 비해서도 감소세를 보였다.
가전과 TV를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 2분기 매출은 수요 위축 여파에도 전년보다 성장한 매출을 거두며 선방했다. 하지만 CE 부문 역시 원가 부담, 환영향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생활가전과 VD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8천300억원, 3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나 떨어졌다.
VD는 비수기 진입 속 펜트업 수요 기저효과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영향을 받았다. 글로벌 TV 수요 둔화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고, 판매 비용 증가 등으로 이익이 역시 줄었다. 다만 네오 QLED와 라이프스타일 TV 등 프리미엄 중심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글로벌 확산과 에어컨 성수기 진입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원가 부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이익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펜트업(pent up·보복소비) 효과로 인해 가전과 TV 시장이 뜻밖의 호황을 누렸지만, 올 들어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TV 출하량 전망치가 낮춰지고 있는 데다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어 2분기보다 올해 하반기 실적이 더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TV 출하량 전망치는 낮춰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4천 대로, 전년 대비 474만3천 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약 2주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고회전일수란 가전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길어질수록 부담이 크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MX와 VD·가전 부문에서 원달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이익률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세트 부문의 출하량 감소,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실적 달성에도 '침울'…"하반기가 문제"
삼성전자가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제품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반도체 재고 확보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가격 전망 역시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0%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전망치를 더 낮춘 셈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8%, 11%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현재 4주 수준인 반도체 업체들의 자체 재고가 연말에 6주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고부가 제품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스템 반도체는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LSI는 대량판매 SoC 사업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2억 화소 이미지센서 고객 확대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파운드리는 GAA 2세대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신규 글로벌 고객사 확대를 통해 시장 대비 초과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DX 부문은 ▲프리미엄 리더십과 라인업 지속 강화 ▲글로벌 2억3천만 명 규모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사용자 기반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MX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통해 '갤럭시 노트' 이상의 판매를 창출해 폴더블폰을 본격적으로 대중화할 방침이다. 또 웨어러블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대하고 전반적인 운영 효율화도 강화할 계획이다.
네트워크는 주요 해외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5G망 증설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예정이다. 또 5G 핵심칩, vRAN(가상화 기지국) 기술 리더십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영상디스플레이는 수요 불확실성은 있지만, 네오 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전략 제품 판매를 확대해 성수기 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B2B·온라인 채널 강화와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상반기 시설투자 20.3조 집행…3년 새 규모 줄어
삼성전자는 2분기 동안 시설투자에 12조3천억원을 집행했다. 올 상반기 시설투자는 20조3천억원이다.
사업별로는 반도체부품(DS) 부문 10조9천억원, 디스플레이(SDC) 부문 8천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누계로는 DS 부문 17조6천억원, SDC 1조5천억원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23조3천억원)와 비교하면 3조원(12.9%)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 20조9천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1조4천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상반기 기준 시설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직후였던 2019년 이후 3년만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시설투자액은 2017년 22조5천억원, 2018년 16조6천억원, 2019년 10조7천억원, 2020년 17조1천억원, 2021년 23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전분기와 같이 수요 증가에 대비해 평택 3기 인프라 투자와 화성·평택·시안 증설과 공정전환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은 5나노 이하 첨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분기 현금배당 규모는 2조4천5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종류주 각각 1주당 361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종류주의 현금배당은 전분기와 같지만, 작년 4분기에 비해 1원 줄었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달 30일로, 지급 예정일자는 오는 8월 16일이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6%, 종류주 0.7%다. 배당금총액은 2조4천521억5천360만원이다.
또 삼성전자는 앞으로 지속가능경영에 속도를 더 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포괄적인 중장기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 중으로, 조만간 세부적인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경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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