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인텔이 퀄컴과 아마존에 이어 세계 1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회사(팹리스) 미디어텍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 인텔이 우군을 늘리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양강 구도가 깨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첨단 공정 기술을 사용해 미디어텍 칩을 생산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구체적인 공정 수준과 생산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16나노미터(nm, 1억 분의 1m)급인 '인텔16' 공정으로 미디어텍의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용 칩을 생산한다고 보고 있다. 2년 내에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AP를 발판삼아 AP 시장 정상에 오른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AP 시장에서 미디어텍은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퀄컴(30%), 애플(21%)보다 높다.
그동안 미디어텍은 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에 칩 생산을 맡겨왔다. 주력제품인 디멘시티 9000은 TSMC 4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됐다. 업계에선 미디어텍이 첨단 공정 칩 생산은 TSMC에, 공정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칩은 인텔에 주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텔이 퀄컴, 아마존에 이어 미디어텍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TSMC나 삼성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TSMC는 물론 삼성전자를 단숨에 추격하기 쉽지 않다. TSMC와 삼성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7나노 이하 급 공정에서 경쟁력을 드러낸 기업이 두 회사뿐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2024년 2나노, 2025년 1.8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양산' 타이틀도 삼성전자가 가져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53.6%, 삼성전자는 16.3%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후발주자다보니 대형 고객사 수주 성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양산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인텔이 2년 내에 2나노 공정 등 첨단 공정에 성공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의 이같은 행보는 시장을 과점한 TSMC보다는 삼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으로선 TSMC를 쫓아가기도 벅찬데 현재 점유율을 뺏어 갈 수도 있는 경쟁자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격화된 파운드리 경쟁을 기술력으로 돌파하려고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5일엔 3나노 반도체 출하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7나노와 5나노 제품 양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출하식 형태의 공식 행사를 연 건 이례적이다. 삼성은 "세게 최초 기술 적용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단숨에 TSMC나 삼성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을 가지기는 힘들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인텔의 위상, 투자 여력 등 때문에 경쟁사들로선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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