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두 회사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제안한 주체를 놓고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렸다.
보고서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안진)의 현 회계사는 안진이 먼저 보고서를 제안했고, 삼성의 특별한 요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진을 그만 둔 다른 회계사는 삼성이 보고서를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의 요구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4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5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엔 딜로이트안진(안진) 회계법인 본부장 길 모 씨가 출석했다.
현재도 안진에 적을 두고 있는 증인은 안진이 삼성에 보고서를 제안했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삼성의 특별한 요구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2015년 5월6일 삼성물산과 안진이 합병과 관련해 처음으로 연 회의에서 안진이 합병 자문 업무를 설명했다"며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도 안진이 제안했냐"고 물었다. 길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통상 상장사 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 즉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 된 시기를 골라 합병을 진행했기 때문에 합병비율에 대한 이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예상, '합병비율은 적정하다'는 외부 기관의 평가보고서를 받아두려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안진과 삼정 회계법인은 당시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변호인은 "삼성 측에서 보고서가 어떤 방향으로 작성되기를 원하는 특별한 요청이 있었냐"고 질의했다. 길 씨는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안진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보면 합병TF에 있었던 물산 우 모 부장은 법인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는 중요하게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물었다.
길 씨는 "그렇다"며 "보고서는 법적으로 반드시 제출돼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월 전(前) 안진 회계사 오 모씨의 증언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오 씨는 "삼성물산의 우 모 부장이 주가 수준에 맞는 보고서를 왜 못 만들어내냐고 질책했다"며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더 충분히 검토해어야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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