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상장사 주식종목 10곳 중 8곳 꼴로 올해 연초 대비 6월 말 기준 상반기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규모도 최근 6개월 새 20% 수준인 50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고, 1조 클럽에 가입한 곳도 올 상반기에만 60곳 넘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6개월 새 시총이 129조원 넘게 줄어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이 떨어진 곳으로 지목됐다.
13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2년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주식종목 2천441곳의 올해 연초 전체 시가총액은 2천575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3월 말)에는 전체 시가총액이 2천506조원으로 연초 때보다 69조원(2.7%) 정도 소폭 감소했다. 상반기(6월 말)에는 2천95조원 수준으로 연초 때보다 480조원 이상 주저앉았다. 최근 6개월 새 올 연초 때 기록한 시총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18.6% 정도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셈이다.
CXO연구소 관계자는 "올 1월 초만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상장되지 않았다"며 "6월 말 LG엔솔의 시총 규모를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올 상반기 시총은 560조원 넘게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올 상반기(1월 초 대비 6월 말) 시총 외형이 하락세를 보인 곳은 1천973곳이나 됐다. 이는 조사 대상 주식종목의 80.8%로, 10곳 중 8곳 꼴이다. 431곳(17.7%)은 최근 6개월 새 증가세를 보였고, 37곳(1.5%)은 시총 규모에 변동이 없거나 1월 초 이후 신규 상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상당수 주식종목의 시총 성적표가 우울해졌다.
최근 6개월 새 시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 1월 초만 해도 시총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곳은 288곳이었다. 이후 3월 말에는 273곳으로 줄더니 6월 말에는 226곳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 올 상반기에만 62곳이나 되는 주식종목에서 시총 1조 클럽 타이틀을 반납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시가총액 1조 클럽에 포함된 226곳 중 64곳은 상반기에만 시총 덩치가 1조원 넘게 없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초 469조원에서 6월 말 기준 340조원으로 129조원 줄어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K하이닉스(1월 초 93조5천483억원→6월 말 66조2천482억원)와 네이버(61조6천824억원→39조3천717억원)는 올 상반기에만 20조원이 넘는 시총이 날아갔다.
카카오(19조9천492억원), 카카오페이(15조2천999억원), 카카오뱅크(13조6천743억원) 등 카카오 그룹 관련주 3곳을 포함해 게임업체 크래프톤(11조7천780억원)도 올 상반기에 10조원 넘는 시총이 사라졌다.
이와 달리 현대중공업(4조302억 원↑), 에스오일(2조377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2조372억원↑), KT(1조5천927억원↑), 두산에너빌리티(1조3천601억원↑), 삼성물산(1조278억원↑) 등 6곳은 올 상반기에만 시총 외형이 1조원 넘게 많아져 선전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주식종목 중에서도 51곳은 상반기 시총 하락률이 30%를 넘었다. 이 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10조5천213억원으로, 10조원 시총 규모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6월 말에는 2조6천13억원으로 연초 대비 75.3%나 크게 줄었다. 이 외 위메이드(68.4%↓), 카카오페이(65.7%↓), 펄어비스(63%↓), 하이브(58.5%↓), SK바이오사이언스(56%↓), 크래프톤(52.3%↓), 더존비즈온(50.3%↓) 역시 올 상반기에만 시총이 반토막 넘게 증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폭락장 속에서도 올 상반기에만 시총 증가율이 50%를 넘은 곳도 등장했다. 이 중에는 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에 큰 역할을 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여기에 포함됐다. KAI의 올해 1월 초 시총은 3조2천69억원이었는데 지난 6월 말에는 5조2천441억원으로 높아졌다. 최근 6개월 새 2조원 넘게 시총 외형이 커지며 63.5%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KAI의 1주당 주식가치가 지난 1월 3일 3만2천900원에서 출발해 6월 30일에 5만3천800원으로 높아져 가능했다.
대성홀딩스는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7천602억원으로 시총 1조 클럽에 이름이 빠졌다. 그러다 지난 6월 말에는 1조1천874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시총 상승률이 56.2%나 고공행진하며 1조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
이 외 대한전선(48.9%↑), 케어젠(47.1%), 현대중공업(46.5%), 서울도시가스(43.8%) 4곳은 올 상반기 시총 증가율이 40%대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중에서도 케어젠과 서울도시가스는 올해 연초 기준 시총이 1조 미만이었는데, 6월 말에는 1조 클럽 명단에 새로 포함됐다.
올해 1월 초와 달리 6월 말에 시총 톱100에 새로 이름을 올린 곳은 LG엔솔을 제외하고 7곳이었다. OCI는 올해 연초 시총 141위(2조4천684억원)에서 6월 말에는 92위(3조4천223억원)로 49계단이나 전진하며 시총 톱100에 새로 합류했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은 140위(2조4천802억원)에서 95위(3조2천666억원)로 45계단, 현대미포조선은 124위(2조7천959억원)에서 88위(3조6천387억원)로 36계단 앞섰다. 이 외 팬오션(118위→97위), 롯데지주(113위→82위), KAI(108위→63위), 한미약품 (101위→85위) 역시 6월 말 기준 시총 100대 기업에 포함됐다.
이와 달리 에코프로비엠은 1월 초 40위에서 6월 말에는 117위로 시총 톱100 명단에서 빠졌다. 또 위메이드(64위→145위), 셀트리온제약(79위→103위), 이마트(84위→105위) 등도 6월 말 기준 시총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시총 상위 톱20 판세도 요동쳤다. 20곳 중 삼성전자(1위)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4위), 현대차(6위) 등 7곳은 올해 1월 초 대비 6월 말 기준 시총 순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올해 연초 시총 10위였는데 6월 말에는 21위로 시총 20위에도 들지 못하는 쓴 맛을 봤다. 카카오페이는 같은 기간 14위에서 43위, 크래프톤은 18위에서 32위로 올해 상반기 시총 순위가 뒷걸음질 쳤다.
반대로 SK와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은 올 상반기 시총 톱20에 신규 진입했다. SK는 올 초 시총 순위 21위에서 6월 말 기준 18위로, 한국전력은 27위에서 19위로 10위권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주요 4대 그룹별 시총 규모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포함해 6월 말 기준 삼성그룹이 566조원으로 가장 컸다. 또 183조원 규모를 보인 LG그룹은 그 뒤를 이었다. LG그룹의 경우 올해 1월 27일에 LG엔솔이 상장하면서 그룹 시총 순위도 기존 3위에서 2위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어 SK그룹(150조원), 현대차그룹(118조원) 순으로 상장사 시총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4대 그룹이 아닌 카카오그룹은 57조원 수준을 기록해 그룹별 시총 외형 톱5에 포함됐다.
LG엔솔이 상장된 지난 1월 27일을 기준점으로 6월 말과 시총 규모를 비교해 보면 4대 그룹 모두 시총 외형이 작아졌다. 이 중에서도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보통주와 우선주 종목을 30곳 가까이 보유 중인 SK그룹이 22.2%(42조 원↓)로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LG는 20.5%(47조원↓) 수준으로 시총 외형이 줄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등 20곳 이상 주식종목을 갖고 있는 삼성은 17.3%(118조원↓)으로 시총 덩치가 작아졌다. 그나마 현대차의 시총 외형은 4.6% 수준으로 5% 미만으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작년 상반기 시총은 10곳 중 7곳 이상 증가했다면 올해는 대외적인 요인 등으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는데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주가 등이 반등할만한 전환점이 모호하다"며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을 비롯한 IT 관련 대장주를 중심으로 주가 회복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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