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열풍 속 고민정·윤영찬 등 잇단 출마
"독선적 사고", "도덕적 문제"…李 견제에 집중
정청래·양이원영 등 '명심(明心) 마케팅'…컷오프 변수
강병원, 공천권 포기 선언…'반명' 정서 결집 시도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정청래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그간 서영교·장경태·양이원영 의원 등 친명계(친이재명계) 위주의 출마 선언이 이어졌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고민정, 윤영찬 의원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 구도가 '친명계' 대 '비명계'(비이재명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론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비명계가 최고위원 당선을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에게 든든한 '제1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도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 "민주당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독선적 사고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이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고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정 개인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의원을 의식한 듯 "당 안에서 서로 가르는 문화를 없애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이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결론이 정해진 일에 굳이 왜 나서느냔 말도 들었다. 출마가 저에게 독이 된다는 구체적인 걱정도 들었다"며 친명계에 힘이 실리는 전당대회 분위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 후보에 도덕적 문제가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 우리도 이문제를 성찰하고,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 의원, 윤 의원과 함께 친문으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13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혀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결 구도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무래도 차기 지도부는 2년 뒤 총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친명계가 아닌 사람들도 포기할 순 없는 분위기"라며 "최고위원 선거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후보자들은 명심(明心)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비명계가 들어설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촉구한다"고 밝혔으며, 양이원영 의원도 "유능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전면에 배치돼야 한다"며 "역대 가장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이라는 자산이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서영교, 장경태 의원도 이 의원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친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어차피 이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최고위원 지명권(2명)도 갖게 된다. 이 의원에게 힘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며 "비명계가 최고위원으로 이 의원과 맞서겠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당 대표·원내대표·선출직 최고위원(5명)·지명직 최고위원(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고 친명계가 선출직 최고위원 2명 이상만 차지한다면 과반 이상이 '이재명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일각에서는 친명계 의원들의 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 통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고위원 컷오프의 경우 당 대표와 달리 국민 여론조사가 반영되지 않는 중앙위원 100%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앙위원은 주요 당직자와 전국위원장, 소속 국회의원과 기초·광역단체장, 광역의회 의장단 등으로 구성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중앙위원들이 꼭 이재명계에 힘을 실어줄지는 알 수 없다"며 "특히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 요구도 많았었던 만큼 컷오프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비명계 당권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당 대표의 공천권 포기를 공약하고 이 의원·박용진 의원 등 다른 당권 후보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 의원을 견제하고 '반명' 정서를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심한 공포심을 느끼며 분당을 거론하는 의원님도 계시다"며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가지고 전횡을 휘두를 것이라는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없앤다면 좋을 거라 생각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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