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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쉬는 국회, 낯뜨거운 대결부터 멈춰라


23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23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민들이 지금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6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민생을 외면한 국회 공전 사태가 25일, 대략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적 민생대책에 요구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윤 대통령이 국회 원(院) 구성이 안 된 상황을 들어 "정상가동 됐으면 법 개정 사항들도 법안을 냈을 것"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등 원 구성 쟁점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당내 주도권을 두고 각자 집안싸움을 벌이는 낯뜨거운 광경마저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형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이준석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가 '사조직'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공식 출범한 가운데, 이 대표와 친윤석열(친윤)계 사이의 앙금이 수시로 표출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받지 않는 '악수 패싱' 장면, 배 최고위원이 뒤따라 오던 다른 최고위원들을 맞이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이 대표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탁' 치는 '등짝 스매싱' 장면이 고스란히 중계됐다. 두 사람은 직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발언 유출'을 두고 공개적으로 대립한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참패 후 우상호 비대위 체제를 출범했지만, 친(親)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등 계파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우 위원장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친문을 비난하는 용어)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며 계파 갈등 단속에 나설 정도다.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대선과 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이 후보만이 당의 쇄신을 이끌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여야가 국회 문은 닫고 입씨름만 벌이는 사이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국세청장(김창기 국세청장)이 임명됐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 절차는 아직도 확정을 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두 후보자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일괄 요청했다.

국회공전은 과거 이 보다 훨씬 길게, 80일도 넘긴 적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위기에 놓인 '비상경제상황'이다. 당장 법 개정이 필요한 유류세 조정 범위 확대 논의가 시급하다. 유류세는 오는 7월부터 인하 폭을 30%에서 7%p 더해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는 법상 가능한 최대 인하폭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유류세 탄력세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개별소비세법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배준영 의원 대표발의)한 상태다. 여야는 말로만 '유류세 인하'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 숨 넘어가는' 민생 해결을 위해 입법 방안을 논의할 상임위원회 구성부터 하루빨리 마무리 짓길 바란다. 최소한 민망스러운 집안싸움은 자제할 때다.

/김보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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