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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하루 앞둔 이재용 부회장…'초대형 M&A' 들고 올까


이재용 부회장 11박 12일간 유럽 출장…반도체 협력 강화·M&A 가능성에 '주목'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오는 18일 귀국한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총리에 이어 ASML·imec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며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1박 12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오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반도체 장비와 전기차용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들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반도체 초격차' 확대를 위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한 폭넓은 협의가 이뤄졌다.

네덜란드 방문은 이번 출장 중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EUV 장비 역시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강자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 확보가 중요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점유율 52.1%로 압도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18.3%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15일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했다. 그는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을 논의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미래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사진=삼성전자]

이 자리에서 삼성의 미래 준비에 대한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imec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삼성의 미래 전략 사업 분야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업계에선 M&A 성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M&A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의 대형 M&A는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전무하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수사와 재판으로 지난 2017년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제한된 탓이다.

그간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네덜란드 NXP반도체, 영국 ARM 등이 유력한 M&A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해당 기업들이 모두 유럽에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출장 기간 M&A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달 방한한 팻 겔싱어 CEO를 만나 현안을 논의했는데, 이 역시 ARM 인수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과 인텔이 반독점 규제를 피해 공동으로 ARM 인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데다 '목숨 걸고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번 출장에서 M&A 계획을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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