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권의 임금피크제가 일부 지방의 지점은 빗겨가고 있단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에선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후선업무로 빠져 업무량이 줄어드는 만큼 합법이란 입장이나 지방의 일부 지점에선 임금피크제 이전의 업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3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전날 각 지부에 메일을 보내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6일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피크 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통상 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연령은 56세로 희망퇴직이 아닌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경우 정년인 60세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은행권에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주요업무가 아닌 우선순위가 낮은 후선업무로 배치된다. 대표적으로 창구업무나 주요 업무를 보다 사무보조로 배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무효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일부 은행의 지방 지점에서 사무보조와 같은 후선 업무가 아닌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의 업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 금융노조원은 "금융회사에선 후선업무로 물러나 합법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얘기"라며 "일부 금융사는 지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우 본점 후선업무로 빠질 수가 없어 임금피크제 이전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방에 있는 직원을 후선업무를 위해 서울 본점으로 부를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임금이 최대 50%가량 줄어드는 데, 급여수준도 너무 저조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실제 지방의 일부 지점에선 후순위 업무 적용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사무보조와 같은 후순위 업무로 적용되나, 지방 지점에서 본인이 원치 않는 경우도 있고 후순위 업무를 주기 위해 지방에 사는 직원을 서울로 부를 수도 없어 그대로 업무를 하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후순위업무 기준을 적용하면 논란이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전 업무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분들은 직급이 내려오거나 하는 상황에서 업무를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면서 "지방의 지점이라 해도 보조 업무를 한다던가, 업무량이 감소하거나 할 것이므로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에선 현재 39개 지부의 임금피크제 업무 현황 파악에 나서는 만큼 파악이 마치는 대로 필요한 경우 집단 소송 등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현재 지부에 임금피크제 업무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면서 "지방 지점 등에서 그대로 업무를 하고 있는다던가 하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소송에 나설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은행권에선 이미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19년 산업은행 시니어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이 무효라며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은행 현직자 및 퇴직자 470명도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 240억원을 반환해달라는 청구 소송을 지난해 1월 제기해 오는 7월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26일 무효 판결에 일부 은행의 지점에서 임금피크제 이전 업무를 적용중인 사실이 밝혀질 경우 소송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현재 업무 내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한 노무사는 "케이스별로 사례가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어떤 업무를 하는지, 업무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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