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마운드 위에서 강속구를 자랑했다. 뒷문을 지켰고 상황에 따라 중간계투로도 나와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공을 던지는 오른쪽 어깨에 탈이 났다. 부상을 이겨내려했지만 더이상 제대로 공을 뿌릴 수 없었다.
SSG 랜더스 하재훈은 소속팀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 2019년 61경기에 등판해 59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8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해당 시즌 KBO리그 구원 타이틀 홀더가 됐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5, 18경기에 나오는데 그쳤다. 두 시즌 동안 2승 1패 4세이브 2홀드로 성적이 뚜렷하게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재훈은 선택을 했다. 투수를 접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퓨처스(2군)리그에서 맞이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8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1푼1리(71타수 15안타)에 그쳤지만 김원형 SSG 감독은 다른 숫자에 주목했다.
하재훈은 4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도 3개, 3루타도 1개를 각각 쳤다. 김 감독은 '장타력'에 방점을 찍었고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주중 원정 3연전 마지막 날 경기에 맞춰 하재훈을 1군 콜업했다.
그는 1군 엔트리 합류 당일 바로 좌익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재훈은 2회초 맞이한 첫 타석에서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였다.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을 상대로 적시타를 쳤다.
타자로 처음 나선 1군 무대에서 안타에 타점까지 손에 넣었다. SSG가 이날 올린 선취점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 그는 8회초 종료 후 김성현(내야수)과 교체돼 경기를 먼저 마칠 때까지 세 차례 더 타석에 나왔다.
범타에 그치면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하재훈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경기를 치렀다. SSG는 두산에 9-3으로 재역전승했고 2승 1무로 3연전을 마치고 기분좋게 홈 구장인 SSG 랜더스필드가 있는 인천으로 이동했다.
하재훈은 두산전이 끝난 뒤 현장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을 보고 쳐야한다는 마음만 먹고 타석에 나섰다"며 "1군 경기라 긴장하기보다는 기대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야구를 했다면 1군은 다르다고 본다"며 "결과도 내야 하고 무엇보다 잘해야 한다. 포커스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퓨처스에서 뛸 때는 1군 엔트리 포함을 위해 경쟁을 했다면 1군에서는 다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뚜렷한 인상을 남겨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재훈은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그는 "타석에 나와 보니 거리감이 달랐다"며 "투수로 뛸 때는 잠실구장이 작아보였는데 타자로 니오니 상대팀 투수도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구장도 더 커보이더라"고 웃었다.
투수로 KBO리그에 데뷔했으나 부상을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로 포지션을 바꾼 선수는 꽤된다. '레전드'로 꼽히는 이승엽(현 KBO 홍보대사, SBS 야구해설위원)도 그렇고 이호준(현 LG 트윈스 타격코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 성공사례는 많다. 그러나 반대 경우도 분명히 있고 잘된 경우 보다 안 된 쪽이 더 많다. 투수-타자-투수로 돌아간 김대우(롯데) 케이스도 있다.
하재훈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있다. 그가 앞으로 1군 무대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포지션 변경 효과가 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SSG 야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첫 번째 기회는 잘 살린 셈이다.
/잠실=류한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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