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일로 한국 정부와 더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께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다. 이에 공장 안내에 직접 나설 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전에 일찌감치 공장에 도착해 의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 측은 해당 캠퍼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안전 및 보안상의 이유로 자율적인 연차 사용, 재택근무 등 '탄력적 근무'를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행선지로 택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으로,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 평)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하며,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축구장 약 400개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7월 첫 생산라인(P1)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P2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갔고, P3가 2020년 4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P3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P1에선 메모리를, P2에선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이 생산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방한 당시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헬기를 타고 지나가며 삼성 반도체 공장을 본 후 방대한 규모에 놀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같은 경로로 이동하다 수분간 상공에서 평택컴퍼스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생산라인을 직접 보기보다는 캠퍼스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장 내부와 P3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평택캠퍼스가 향후 한미 양국 협력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기술 패권 전쟁'의 상징인 반도체 공장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을 두고 업계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일정에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등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미국에 있지만, 칩을 생산하려면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서버 확충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양국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밀접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용산이 아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은 한미가 '반도체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평택캠퍼스를 둘러보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첨단산업에 있어 양국의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한국, 일본, 대만 간 '반도체칩(Chip) 4국 동맹'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완공돼 본격 가동되는 2025년까지 미국의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동맹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 초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했으나, 최근 한국 정부가 IPEF에 참여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칩4 동맹'에 가입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IPEF 출범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참여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전환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미국으로서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한국은 대만과 함께 미국의 주요 반도체 공급처이자 파트너지만, 한국 역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45%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양국의 협력이 더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 협의체에 가담하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움직임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더 주도권을 가지는 한편, 삼성전자 측에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달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회의를 소집, 웨이퍼를 직접 손에 들고 대미 투자를 독려한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이후 같은 해 5월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날 반도체 회의에도 삼성전자를 포함시킨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공급망 대책회의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참석 대상에 넣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태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삼성이 2공장 착공 일정을 구체화할 수 있을 듯 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현장 행보는 미 의회에 반도체 등 핵심 산업분야 투자를 위한 혁신법안 처리를 촉구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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