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양국간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미·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세이프가드' 조치도 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규제를 가하는 조치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가전업체 월풀의 주장을 수용해 지난 2018년 2월부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는 3년 간 시행 뒤 한 차례 연장됐고, 5년차인 지난 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세탁기 완제품의 경우 쿼터 120만 대에 관세 14∼30%, 부품은 쿼터 13만 개에 관세 0∼30%가 적용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5월 WTO에 제소했다. 이후 WTO는 지난 2월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의 WTO 협정 합치 여부를 다툰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 보고서를 회원국에 회람했다. 이 패널 판정에서 한국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처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 쟁점 5개 모두에서 위법 판정을 얻어냈다.
미국이 해당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분쟁이 종료되고 세이프가드도 해제될 수 있다. 다만 분쟁해결 절차 완료까지는 1년가량 걸린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내년 2월까지 그대로 적용된다.
상소할 경우에는 분쟁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미국은 앞서 WTO 패널판정에서 패소했던 5차례의 무역 분쟁에서 4번을 상소한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상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WTO의 분쟁 최종심(2심)을 맡아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판사 역할을 하는 상소위원을 임명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미국이 상소를 제기할 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수 있다.
일단 양국은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7월 7일까지 더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WTO에 요청해 승인 받은 상태다. 보통 분쟁 당사자가 패널 판정에 불복할 경우 60일 이내 상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한국과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과 관련해서는 이 기한이 4월 8일이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한 미국은 바로 상소하는 대신 한국과 추가 논의하는 방안을 택했고, 한국 역시 이에 동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비해 현지에 공장을 지어 가동 중인 만큼 소송 결과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양사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최대 3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등 수출길이 막히자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서 공장을 가동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미국이 다른 가전으로 통상 압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또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기점으로 양국간 세이프가드 분쟁에 대한 긍정적인 합의점이 나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바이든의 방한에 맞춰 반도체·2차전지 등 분야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만큼 바이든 역시 한국 정부와 기업에 방한 선물을 풀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철강 수출 규제 등에 비해선 주목 받지 못하지만 긍정적인 해결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미국도 동의하는 분위기인 만큼,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기점으로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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